여성 국극은 우리나라의 근현대 공연예술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4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여성 국극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이 국극은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연극과는 다른 신선한 매력을 제공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여성 국극이란 여성이 남성과 여성을 모두 연기하는 연극 형태로, 이는 당시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국극이란 용어 자체는 우리 전통적인 판소리와 같은 요소를 차용한 '국악'과 서양의 '오페라'가 결합된 형태를 의미하는데, 여성 국극은 이런 양식을 여성 배우들이 전담하여 연기한 것이다.
여성 국극이 인기를 끌었던 첫 번째 이유는 사회적 배경과 맞물려 있다. 한국 전쟁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고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를 원했다. 여성 국극은 그들에게 그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특히 당대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여전히 제한적이었지만, 여성 국극은 무대 위에서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성 관객들에게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여성 배우들이 남성 역할까지 소화하는 모습은 단순한 연기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표현함으로써, 기존의 성별 구분과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여성 국극의 인기는 당대의 문화적 흐름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1950년대는 영화와 라디오가 점차 대중화되던 시기였지만, 여전히 대규모 극장이나 지방 공연장에서는 국극 공연이 주요 오락거리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여성 국극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 당시 여성 배우들은 아이돌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여성 국극단은 전국을 순회하며 지방까지 공연을 하였고, 이는 대중문화의 확산에도 큰 기여를 했다. 국극을 통해 대중들은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접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의 대중문화는 더욱 풍성해졌다.
하지만, 여성 국극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그 인기를 잃어갔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문화 매체의 변화와 시대적 흐름에 있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텔레비전과 영화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는 국극과 같은 공연 예술에 큰 타격을 주었는데, 대중들은 이제 더 이상 극장을 찾지 않고 집에서 다양한 오락거리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텔레비전은 안방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함으로써 대중의 문화적 소비 패턴을 급격히 변화시켰다. 이에 따라 국극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또한, 여성 국극은 내적 구조의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만의 공연으로 차별화를 두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성별에 대한 경계가 완화되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등장하면서 그 독특한 매력이 점차 희석되었다. 현대적인 공연 예술이 발전하면서 전통적 요소에 의존한 국극의 경쟁력은 약화되었고, 여성 국극은 점차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결국, 여성 국극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 당시 여성 국극이 보여주었던 예술적 실험성과 대중적 인기는 여전히 한국 공연 예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무대에 서서 남성 역할까지 소화했던 그 시대의 여성 국극은 그 자체로 한국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유산이다.
최근 드라마 '정년이'와 같은 작품을 통해 여성 국극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현상은, 과거에 대한 향수뿐만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그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여성 국극이 다시금 조명을 받는다면, 그 안에서 과거의 예술적 가치와 현대적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