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그림책 작가이자 북 아티스트 MIA입니다.
제가 제작하는 그림책은 일반적인 기성 그림책과는 그 형식이 확실히 달라요. 현재 제가 연구 중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싶은 분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죠. 저의 그림책을 어떠한 카테고리로 분류하거나 정의를 내린다면 ‘그림책과 아트북 사이’에 있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책, [벤치]와 [테이블]은 제가 기획한 네 권의 단색 시리즈 그림책 증 제작이 완료된 두 권의 책이에요. [테이블]은 사랑을, [벤치]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큰 주제로 담고 있죠. 프렌치 도어라는 책의 구조로 되어 있어 일반적인 그림책과는 다르게 양쪽으로 도서를 동시에 펼쳐서 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두 도서 모두 인간의 감정을 주제로 만든 그림책이에요. 둘 다 그림책을 관통하는 기본적인 주제는 있지만, 양쪽 페이지를 어떻게 넘기는지에 따라서 만들 수 있는 장면이 총 121가지가 되기 때문에 독자가 스스로 장면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그림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작 [나는, 이제]를 요약하면 ‘그리운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이에요. ‘Ça va(잘 지내?) - 나는 - 이제 - Ça va(잘 지내)’로 이어지는 문장이 앞, 뒤표지를 감싸고 있는 구조입니다. 내지에는 흘러가는 구름과 편지를 읽는 사람의 모습을 담았어요. 실내 그림은 다섯 가지 색상의 리소 인쇄로 아주 화려한 반면, 바깥의 풍경은 회색 모노톤으로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중앙에는 스탬핑 해서 만든 편지가 끼워져 있는데, 편지의 화자는 자신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고백해요. 이 고백과 시시각각 바뀌는 구름의 풍경은 ‘변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로를 은유하고 있습니다. 봉투 바깥에는 편지와 같은 내용이 프랑스어로 인쇄되어 있고요. 표지 및 간지에 특수지를 활용해서 서서히 풍경 속으로 들어갔다가 서서히 빠져나오는 감각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결국 저에게 이야기는 이제 구조 그 자체가 된 것 같아요. 다른 매체의 어떤 칼럼에 쓴 문구이기도 한데, 동일하게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아요. “이야기는 물질(형식) 자체다. 종이를 접거나 자르고 구기면 이야기도 그런 형태로 존재한다.” 언젠가 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조건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도달한 결론이에요. 작품이 가진 물질적인 형태와 형식, 그러니까 저의 경우에는 책이 될 텐데, 그 책이 가진 질감, 크기, 구조 이 물질 자체가 곧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이 가진 물질적인 무엇을 즐긴다는 마음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보일 거예요. 이것도 페어에 참여하고 독자분들을 직접 만나며 알게 된 건데, 이 책을 보는 어떤 분들은 정말 빠르게 빠져들더라고요. 보자마자, 종이를 만지고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그냥 좋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내용이 뭐냐고, 무얼 그린 건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저에게 따로 묻지도 않죠. 그냥 볼 수 있는 사람에겐 보이는 거예요.
저의 책을 특정한 카테고리로 명확히 분류하긴 힘들지만,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있어요. 저는 아직 책의 기본적인 구조 자체를 많이 비틀고 바꾸는 방식보다는, 기본적인 모양은 책 같으면서 내지에는 여전히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살짝’만 새롭길 바라요. 그게 제 취향인 것 같아요. 이런 저의 취향이나 제가 지금 하는 작업의 이런저런 특성을 반영해서 저의 책은 ‘그림책과 아트북 사이에 있는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창작’이라는 게 어떤 구렁텅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마음이 다시 새로워졌어요. 저는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창작하는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전보다 더 좋아졌어요.
지금은 조금 더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어 크게 기대가 되고 있어요. 그림과 이야기를 사랑하시는 분들을 앞으로 더 많이 만나고 싶고,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저 또한 감정적으로 지지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계속 많은 분들을 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푸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