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에서 드러나는 따뜻한 휴머니즘

by 아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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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함께 아트인사이트에 요리와 관련한 만화의 오피니언을 벌써 네 번째로 작성하는 중이다.


참 신기하다. 요리라고 해봐야 라면밖에 끓일 줄 모르고, 그렇게 엄청난 대식가이거나 미식가도 아니면서 왜 나는 자꾸 요리 만화에 빠져드는 것일까?


물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요리가 주는 카타르시스와 음식과 관련한 배경지식을 습득하는 데서 오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음식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삶과 아주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음식이라는 소재 너머 인간이라는 아주 거대한 주제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특히 요리라는 행위 자체는 나를 먹여 살리고, 또한 타인도 먹여 살릴 수 있는 이타적인 행위라는 메시지가 내가 읽는 모든 요리 만화에서 공통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요리 만화를 보며 위로를 자주 얻기도 한다.


우리나라 만화계의 명작, 허영만의 <식객>도 어렸을 적 도서관에서의 만남을 시작으로, 직접 모든 시리즈를 구매하고 심심할 때마다 읽어보는 만화 중 하나이다. 어렸을 때는 그 안에 있던 대사들을 제대로 다 이해하지도 못한 채 그저 음식이 맛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왠지 모르게 재미보다는 위로를 더 많이 얻어가는 작품이다.


집필 시기가 어느새 20년이 다 되어가는 만큼 다소 구시대적인 면모를 보이거나 고증 오류가 나타날 때도 있지만, 여전히 대사 하나하나에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고는 한다.


“음식은 정을 만들고 감동을 전달한다. 그리고 그리움을 갖게 한다. 음식은 어머니다!” (<식객> 27권 133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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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품의 주인공 ‘성찬’은 ‘식객(食客)’이라는 별명답게 음식에 능통한 협객과도 같은 인물이다. 단순히 음식에 대해 해박할 뿐만 아니라, 음식을 통해 정을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시골에서 상경하여 음식을 파는 차장수로 사람들에게 팔도강산의 신선한 식재료를 나누어주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도움을 주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서로에게 소식을 전하는 일이 뜸해지고, 끊임없는 재개발과 환경 파괴로 점점 삭막해지는 사회 속에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그런 ‘성찬’의 마음씨에 가장 많은 영향을 많이 받은 인물 ‘진수’. 서울에서 음식과 관련한 칼럼을 쓰는 기자로, 늘 일과 피곤함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직업에 열정을 갖는 인물이다. 차가운 도시 생활에 지쳐가던 ‘진수’에게 ‘성찬’은 마치 따뜻한 시골 풍경처럼 다가왔고, 그런 ‘성찬’의 매력에 ‘진수’는 점차 스며들어 간다. 단순한 러브 라인을 넘어서, ‘진수’가 ‘성찬’을 처음 만나고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성찬’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정을 깨닫는 과정이 꽤 인상 깊었다.


‘성찬’이 사는 보광아파트의 식구들, ‘보광레스토랑’의 멤버들도 작품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서로 간의 안부를 주고받기가 어려운 아파트의 구조 안에서도, 각기 다른 나이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아스팔트 너머로 모여 때때로 같이 식사하며 친근하게 지내곤 한다.


결국 보광아파트도 재개발이라는 현실에 놓여 모든 일원이 뿔뿔이 흩어지고 말지만, ‘성찬’의 집들이 날 그들은 다시 모여 그동안의 헤어짐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안부를 물으며 즐겁게 하루를 보낸다. 그런 정겨운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는 분명 대조적으로 느껴진다.


모든 것이 발전해 가는 시대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사람 간의 정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서글픔이 있다. 높아지는 건물의 모습만큼 소통의 벽은 점점 더 쌓여만 간다. 하지만 분명 모두의 가슴 속에는 ‘정’을 갈구하는 마음이 깊게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을 만들고 감동을 전달하는” <식객>이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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