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팅 아트를 포함해 실을 이용하는 공예는 한 땀씩 시간을 들여 같은 동작을 꾸준히 반복해야만 완성품을 손에 얻을 수 있다. 목적지에 다다르기까지 필요한 것은 비장한 마음이 아니라 계속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몽지(최지인) 작가는 힘을 빼고, 가볍지만 단단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터프팅 건을 들고 마음에서 건져낸 조각들을 성실하게 실로 채워 나간다. 지난 5일, 전시 <빛과 실> 개막을 앞둔 그를 작가가 운영하는 터프팅 아트 공방인 키코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이번 전시 주제는 무엇인가요?
컬러, ‘색’입니다. 터프팅 작품에서 컬러는 섬유의 텍스쳐와 함께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컬러를 공부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빛이기 때문이죠. 빛의 여러 작용에 따라 물체의 색이 다르게 보입니다. 그래서 제목이 ‘빛과 실’이 되었어요.
이번 전시에서 공개할 신작도 소개해주세요.
데이지꽃을 표현한 ‘태양의 눈’이라는 작품입니다. ‘데이즈 아이(Day’s eye)’가 변형되어 ‘데이지’가 되었다는 걸 알고 ‘태양의 눈’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보통 데이지꽃 하면 노란 암술과 하얀 꽃잎을 떠올리는데, 그건 데이지꽃의 진짜 색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 굳어진, 일종의 왜곡된 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작품에는 아이보리, 상아색, 회색, 베이지 등 다양한 색의 실이 쓰였습니다. 왜곡된 지각에서 벗어나 현상의 실체를 보려는 의지를 담았어요.
터프팅 아트를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스튜디오까지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멋있게 말하고 싶은데, 대단한 결심은 없었어요. 아주 예전부터 언젠가는 내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마침 터프팅 아트를 배웠고, 잘 맞았죠, 그럼 터프팅 아트로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이 나더라고요. 작업실을 알아보던 중 평소 자주 놀러 오던 이 동네에 마침 매물이 있었고, 갑자기 놓치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확 왔습니다. 전문가용 클래스를 들은 지 3개월 지난 시점이었어요.
회사에 다닐 때와는 다르게 수입 등 불안정한 부분이 많아서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불안하죠. 다시 회사 갈 수도 있냐고 물어보는 분도 많은데, 저는 그때마다 갈 수도 있다고 대답해요.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 다른 수입이 필요하다면 그 일을 하는 거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둘러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 해요.
말씀을 듣다 보니 작가님의 하반기 계획도 궁금해지는데요.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터프팅 아트인데 아직 고민이 많고 방향성 잡기도 어려워서 섣불리 시작을 못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키코시의 방향성과 최종목표는 거기에 있기에 이번 12월에 열릴 서울일러스트페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제품을 출시해보려 합니다.
모양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야 하는 것이 터프팅 아트고, 공예는 손재주보다 인내심이라고 블로그에 쓰신 적이 있어요. 하지만 완성하기 전까지는 그때 내가 똑바로 가고 있다는 걸 어떻게 확인하시는지 궁금해요.
굳이 똑바로 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게다가 지금 가는 길이 똑바른지 아닌지는 나를 포함해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잠깐 잘된다고 해서 그게 꼭 똑바른 길이라는 법은 없죠. 가장 빠른 길로 가면 좋겠지만 그건 로또 당첨 확률에 가까운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어떤 일이든 기회가 주어지면 ‘칼춤을 춘다’라는 마음으로 임하려 해요. 일단 무대에 오르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죠.
공예 분야를 보면 손을 더 잘 쓰고 못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시도해 본 사람이 더 잘하는 사람이 되더라고요. 저도 여기까지 뱅글뱅글 둘러 왔다고 생각하는데, 쓸모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 와서는 전부 도움이 된다는 걸 느껴요.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으니 나를 믿고 한 걸음 더 가보는 수밖에요. 그게 제 최선입니다.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