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by 아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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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무대 위에서의 몇 시간이 아니라 그 무대를 완성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담고 있는 예술이다.


나는 대학 신입생 시절 우연히 발을 들였던 연극동아리에서 그 사실을 처음으로 체감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호기심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호기심은 진지한 몰입으로 변했고, 결국 나를 무대와 긴밀히 엮어놓았다.


방학이면 우리는 작은 연습실에 모여 앉아 대본을 소리 내어 읽곤 했다. 누군가는 대사를 놓치고, 누군가는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런 어설픔조차도 새로운 출발의 신호 같았다.


연출과 동료들의 피드백을 통해 서툴렀던 몸짓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말투에 힘이 붙는 순간을 경험할 때마다 스스로가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나 혼자가 아닌, 함께 연습하는 이들 덕분에 가능한 변화였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조금씩 공연의 윤곽을 세워갔다.


무대에 배우로 서는 경험은 짜릿했지만, 조연출을 맡으면서 나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전체 일정을 조율하며 무대 디자인과 소품, 홍보 회의까지 챙겨야 했다. 연극이 단순히 배우의 대사와 몸짓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그 모든 준비의 땀이 쌓여야만 무대가 열린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된 시간이었다.


힘들고 고단했지만 동시에 가장 넓고 깊게 연극을 배운 순간이기도 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한 가지 진실을 깨달았다. 연극은 ‘이해’의 예술이라는 것.


배우는 동료 배우의 호흡을 이해해야 하고, 스태프는 무대 위 배우의 움직임을 이해해야 한다. 연출은 전체를 아우르며, 관객의 마음까지 헤아려야 한다. 누군가 혼자 빛나기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갈 때 비로소 무대가 살아난다. 무대 위의 몇 시간은 그렇게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마음이 얽혀 만들어진 결실이었다.


그래서 내게 연극은 단순한 취미나 활동이 아니다. 그 시절 함께 땀 흘리던 사람들의 목소리와 웃음, 때론 다투고 화해하던 기억이 연극의 일부로 남아 있다.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관객의 박수를 받던 순간보다도, 공연 직전 무대 뒤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떨림을 나누던 순간이 더 선명히 떠오른다.


연극은 나에게 삶을 닮은 예술이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함께 다듬고, 때론 부딪히며, 결국에는 하나의 장면을 완성해낸다. 그 안에서 나는 협력의 의미를 배웠고, 관계의 소중함을 알았으며, 무엇보다도 ‘함께 만든다는 것’의 감동을 배웠다.


지금도 연극을 떠올리면, 무대 위의 찬란한 순간보다 그 뒤편에서 흘린 땀방울과 따뜻한 숨결이 먼저 마음에 남는다. 그것이 내가 연극을 사랑하는 이유이고, 여전히 연극을 떠올리면 마음이 뜨거워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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