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전인철 연출, 전강희 드라마터그

by 아트인사이트


돌파구의 <아이들>이 1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극 안에서 다양한 사람을 지칭한다.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대화하다 종종 드러나는 이들의 존재감은 로빈과 헤이즐, 로즈를 불편하게 한다. 작품은 아이들을 위해 세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답을 제시하거나 누군가를 비판하는 대신 이들이 살아온 시간을 묵묵히 보여주고자 한다. 관객은 거기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공연 준비가 한창인 지난 16일, 전인철 연출과 전강희 드라마터그를 만났다.


50대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는데 초연과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전강희: 젊은 배우들이 노년인 인물들을 연기할 때는 이들에게서 자연스레 이 극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번에는 배우들의 얼굴에서 극중 인물들의 젊은 시절이 상상이 된다.


전인철: 비슷한 맥락인데, 초연 때는 손자를 볼 나이의 인물들을 젊은 얼굴의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오히려 작품의 주제가 잘 드러났다. 반면 인물들과 비슷한 나이의 배우들이 연기를 하니 실제 그 인물들의 고민에 관객이 좀 더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연 장소도 독특하다. abnormal 필운은 일반적인 극장이 아닌데 여기서 공연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철: <아이들>은 해 지기 전 로즈가 로빈-헤이즐 부부의 낡은 오두막을 찾아오며 시작해 그때부터 2시간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다. 이러한 연극 속 시간과 공간을 관객과 최대한 잘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 abnormal 필운을 발견했다. 극장이 아니라 객석도 따로 없고, 어느 집 거실 같은 공간이다. 관객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희: 인물들이 거실에 관객을 초대한 다음 대화를 나누며 관객을 설득하는 느낌의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도 그런 의도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무대라면 작가의 의도를 잘 실현할 수 있을 듯하다.


일반적인 극장은 사방이 막힌 암실에 가까워서 관객들은 공연이 시작되면 외부 시간의 흐름을 잊고 극의 시간을 따라가는데, 이번 <아이들>은 어떤가.


철: 공간의 장점을 살려 대본 속 시간의 흐름과 실제 현실의 시간의 흐름을 맞춰보려 했다. 실제로 이번 공연은 작품 속 시간대와 비슷한 저녁 6시에 공연을 시작한다. 해 지기 전 통창으로 드는 자연광에 의지해 약간 어두운 상태로 시작했다가, 완전히 해가 지고 나면 배우들이 배터리가 장착된 휴대용 조명을 사용한다. 극중 전기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다 이야기 흐름상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이 되면 공간 자체의 조명을 사용할 예정이다.


예전에 돌파구에서 ‘재현하기와 재현하지 않기’를 탐구 중이라 하했는데, 이번에는 시간과 공간을 실제 연극 속 이야기와 비슷하게 만들어 초연보다 더 많은 재현이 이루어질 것 같다.


희: 다른 나라에서 공연한 <아이들> 무대를 찾아봤는데, 다 리얼리즘 무대였다. 우리는 그런 방향은 또 아니다. 나이 든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몸을 구부린다거나 무대를 오두막처럼 꾸미는 방식의 재현은 하지 않는다. 소품을 최소화한 초연 때처럼 이번에도 무대는 단순하다.


철: 공간을 비움으로써 작가의 텍스트와 배우의 몸이 두드러질 때 작가의 메시지가 관객의 몸을 통해 똑바로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다른 소품은 다 물리고 배우가 직접 관객에게 몸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하길 바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 한마디.


희: 기후위기 이야기를 기존의 연극 형식으로 다루는 게 가능한지 고민이 있었다. <아이들>을 발견하고 정통적인 사실주의로도 기후위기라는 주제를 돌파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품이니 관객분들도 재미있게 보시면 좋겠다.


철: 20세기 동아시아 사람들이 근대와 현대를 거치며 경험한 폐허와 혼란에 관해 탐구하고 싶은데 <아이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거기에 들어맞는다. 근대화 과정에서 맞닥뜨린 혼란이 지금에 이르러 세대 문제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니까. <아이들>을 포함해 앞으로의 돌파구 작업을 통해 20세기의 우리가 맞닥뜨린 혼란스러움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2024 공연사진 제공: 박혜정 (스튜디오 에이치) / 극단 돌파구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김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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