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맞서 당당한 그녀들
숨은 영웅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본 영화 제목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1960년대 미국과 러시아는 한창 우주개발에 힘을 쏟으며 경쟁을 하고 있었다. 1958년 12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우주 비행사를 지구 궤도로 보내 비행시키겠다는 머큐리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영화는 그 당시 치열했던 분위기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던 흑인 여성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천부적인 수학 능력을 타고난 캐서린 존슨, NASA 흑인 여성들의 리더인 도로시본, 흑인 여성 최초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 잭슨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모두 흑인 여성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며 흑인에 대한 차별, 여성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던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독한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내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배경은 1960년이다. 불과 50년 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때에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다. 지금도 완벽히 사라졌다고 할 수 없지만 말이다. 남녀차별 또한 그렇다. 흑인이면서 여성이던 그들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었다. 나사에서 전산원으로 일을 하던 그들은 항상 차별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인간 계산기’라고 불리던 캐서린은 최초로 우주 임무 그룹에 배치된다. 짐을 들고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모든 백인들은 ‘저 여자가 여기 왜?’라는 눈초리를 보낸다. 그녀가 기존에 그들이 쓰던 커피포트에도 손을 대는 것을 꺼려 했으므로 흑인 전용 커피포트를 갔다 놓기도 했다. 또한 나사 건물에는 흑인 전용 여성 화장실이 없어서 볼일을 보러 바쁜 업무 중에 800M를 걸어갔다 와야 했다.
우주에 사람을 보내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고 개발하는 나사, 결국 진보를 위해 달려가는 나사이지만 각종 차별과 인권에 대해선 무지했다.
나는 어쨌든 여성이긴 하지만 흑인은 아니었기에 얼마나 그들이 차별받는 삶을 살았는지 잘 몰랐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렇게까지 심할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버스만 타도 흑인 전용 자리가 있고 도서관도 분리되어 있었다. 보면서 화가 나기도 하고 그냥 어이가 없었다. 단지 피부색의 차이일 뿐인데 그것으로 인해 차별을 받는 것을 당연시 여겼던 그 당시 사회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메리 잭슨 역시 같은 나사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엔지니어에 대한 재능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꿈조차 꾸지 않는다. 이제까지 흑인 여성인 엔지니어는 없었기 때문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백인 남성이었다면 이미 엔지니어가 됐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메리 잭슨의 남편까지도 불가능한 일이라며 꿈도 꾸지 말라고 화를 낸다. 그렇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백인들이 다니는 학교의 수업을 수료해야 했다. 백인 학교에 흑인이 수업을 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녀는 재판에 서고 판사에게 말한다.
'존경하는 판사님, 요점은요.
버지니아 주의 어떤 흑인 여성도 백인만 다니는 학교에 다닌 적이 없습니다.
이건 전례가 없는 일이죠.
저는 나사의 엔지니어가 되려고 합니다.
하지만 백인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듣지 않으면 엔지니어가 될 수 없어요.
그리고 저는 제 피부색을 바꿀 수가 없지요.
그래서 저는 ‘최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판사님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판사님, 오늘 당신이 보게 될 모든 재판들 중에서,
어느 판결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에 중요한 판결이 될까요?
어느 판결이 당신을 ‘최초’로 만들어 줄까요?'
결국 그녀는 야간 수업을 허락 맡고 당당히 교실로 들어간다. 교수는 그녀를 쳐다보며 ‘ 교과과정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메리 잭슨은 ‘차이가 얼마나 나겠어요’ 한다. 그렇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과 다르길래 흑인과 여성이 이렇게까지 차별받아야 하는가. 메리 잭슨은 ‘최초’의 백인 학교를 다니는 흑인 여성이 되었고 ‘최초’ 흑인 여성 엔지니어가 되었다.
차별과 편견에도 포기하지 않고 맞서며 ‘최초’라는 수식을 얻기까지는 험난했다. 최초라는 수식어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들은 훗날 또 다른 여성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다.
그녀들의 투쟁으로부터 5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과 유리벽들이 존재한다. 며칠 전 나는 한 은행 기업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합격에서 면제를 시켰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았고 4대 은행에서 전체 임원 중 여성의 비중은 5%도 안된다는 뉴스를 보았다. 여성 공무원 10명 중 8명은 유리천장이 승진을 막는다고도 하였다. 또한 얼마 전 스타벅스 매장에서 흑인 고객이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화장실 사용을 요구했다가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아직 우리 사회는 차별과 편견에 대해 완벽히 벗어나지 못했다.
끊임없이 투쟁했던 숨은 영웅들이 존재했기에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그렇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어만 보인다. 이 세상 모든 혐오와 차별이 없어질 때까지 또 다른 제2의 히든 피겨스들이 열렬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다.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신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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