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보이밴드 시대의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있는 뉴미디어의 힘
오는 5월 1일(현지시간) 개최되는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s)에서 BTS가 한국 가수 최초로 본상인 탑 듀오/ 그룹 부문을 포함한 두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소식은 또 한 번 국내, 외 음악계를 들썩이게 했다. 이미 2017년 빌보드를 비롯한 미국 대중 음악 메인 스트림에서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방탄소년단은 그들의 인기가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과 마찬가지로 단발성으로 끝날 것이라는 일부 대중과 평단의 예측을 멋지게 비껴가고 있다.
유색 인종에 대해 보수적인 그래미 어워즈에서의 수상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이번 2019 BBMAs의 예고 프로모션에서 가장 큰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들의 행보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비록 방탄소년단은 정석적인 서양 팝 음악계의 ‘보이밴드’ 개념과는 차이가 있는 퍼포먼스 중심의 그룹이긴 하지만, 그들의 인기와 함께 한동안 ‘원 디렉션’ 이후 미국 팝 음악시장에서 주춤했던 보이밴드 장르 또한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최근 보이밴드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30년 만에 앨범을 발표하고, 힙합 음악들이 오랫동안 강세를 보이던 빌보드 차트에서 ‘조나스 브라더스’가 데뷔 12년 만에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한 일들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 중 우리는 특히 현재 미국 내 ‘대세 보이밴드 3대장’으로 불리는 BTS와 Why don’t we, Prettymuch의 인기요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각각 정체성이 확실한 장르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세 팀은 명확히 구분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인기의 기반이 된 강력하고 충성도 높은 팬덤을 ‘뉴미디어’를 활용해 결집시켰다는 점이다.
과거의 인기 그룹들이 미디어의 주목을 먼저 받고 난 후 이를 발판 삼아 팬덤을 결집시키는 ‘Top- down’ 방식을 활용했던 것과는 달리, 이들은 모두 데뷔 전부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적 역량과 일상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었다. 물론 방탄소년단의 경우 팀을 먼저 결성한 후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반면, Why don’t we와 Prettymuch는 이미 소셜 미디어 상에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던 멤버들을 모아 팀을 결성했다는 점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세 팀은 모두 뉴미디어를 이용해 메인 미디어의 주목을 받기 전부터 이미 탄탄한 팬덤을 구축했고, 이 팬덤의 힘을 기반으로 결국 미국 팝 음악계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뉴미디어 기반의 ‘Bottom- Up’ 전략은 더 이상 매스 미디어와 자본이 아티스트의 성공을 결코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 팀의 사례는 곧 뉴미디어 시대의 대중들이 보이밴드에게 이끌리는 소구점이 이전 시대의 그것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보이밴드의 초창기 시절, 대중들이 그들이 가진 음악적 역량과 비주얼에 열광했다면 그 이후로 대중들은 그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점점 더 원하게 되었다. 원 디렉션 이후 미국 팝 음악계에서 오랫동안 눈에 띄는 보이밴드가 등장하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 많은 보이밴드들은 가창력과 세련된 스타일, 비주얼은 기본이고 작사/ 작곡 능력과 배우로서의 연기 역량도 갖춰가는 등 멀티테이너로써 점점 더 진화해왔지만 정작 대중들이 원하는, ‘역량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이제 대중들을 진정으로 보이밴드에게 매료시킬 수 있는 무엇, 그 변화된 소구점은 바로 ‘서사’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뉴미디어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는 많은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보이밴드가 자신들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스토리텔링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조성해주었다.
데뷔 전부터 지속적으로 소셜 미디어에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고 대중들과 소통하게 되면 그 피드의 흐름이 곧 서사가 되고, 따라서 대중들이 보이밴드의 단편적인 모습을 넘어 그들의 음악 이면에 있는 일상, 성향, 고민까지도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이 세 팀의 보이밴드들은 바로 이 소구점을 정확하게 공략했다. 데뷔 전부터 다양한 소셜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시시각각 공유했고, 대중들은 국적, 언어에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그들이 스토리텔링하는 서사를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의해 형성된 그들의 팬덤은 이전의 여타 보이밴드들의 팬덤이 보이는 집단 의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정서적 동맹’의 특성을 띄게 되었다.
이전의 팬덤들이 아티스트를 배제한 채 수용자인 팬들에 한해서 형성된 제한적 동맹 단계에 그쳤던 것과 달리, 이들의 코어 팬덤은 보이밴드 멤버들이 SNS를 통해 수용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정서적 공유를 나눈 결과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제 BTS를 비롯한 이 세 보이밴드의 팬덤이 미국 팝 음악시장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이르게 되면서, 뉴미디어의 활용을 통한 ‘Bottom-Up’ 방식은 보이밴드 시장에서 하나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소셜 미디어를 통한 코어 팬덤의 형성은 앞서 언급했듯 자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며, 한편으로는 아티스트의 인종이나 국적 또한 뉴미디어 시대에서는 더 이상 제약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방탄소년단에 의해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에 곧 미국 팝 시장에서는 전 세계 보이밴드들의 뉴미디어 팬덤 구축 전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앞으로 또 어떤 팀들이 뉴미디어를 통해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인 미국 팝 음악계를 평정하고, 글로벌 대세로 떠오를 수 있을까? 한편 대중들이 보이밴드에게 원하는 새로운 미래의 소구점은 무엇이 될까? 보이밴드의 부활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적 흐름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만큼, 앞으로 전개될 미국 팝 음악시장의 변화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