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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Sep 02. 2019

익숙한 모습으로 낯선 질문을 던지는 예술작품

클래스 올덴버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우리의 일상에 익숙한 물건들을 아주 큰 형태로 만나볼 수 있게 한 예술가가 있다. 바로 팝아트 예술가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이다. 원래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난 대규모의 물건들은 시민들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한다. 그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과연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클래스 올덴버그


 

 

그는 스웨덴 출신의 미국 조각가 이다. 외교관 아버지를 두어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였고 귀화를 선택했다. 미술 대학에 다니며 꾸준히 예술을 탐구하였고, 시카고 박람회에서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다.


그는 당시 주를 이루던 추상표현주의를 거부하고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작품화시키는 예술에 몰두하였다. 팝 아트 장르를 다루는 뉴욕의 젊은 예술가들과 친분을 맺으며 그의 작업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였다. 기존의 예술 형식과 다른 형태를 뗬기에 그의 작품은 가벼운 것으로 치부되며 조롱받기도 했다.


그러나 팝아트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창작 공연을 직접 선보이며 점점 대중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올덴버그만의 예술세계는 여전히 예술계와 대중들에게 신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Spring>, 2006


 

 

서울특별시 청계광장에 위치해 있는 설치미술 작품이다. 클래스 올덴버그와 코샤 밴 브룽겐(그의 아내)의 공동 작품이다. 준공식에서 클래스 올덴버그는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청계천에서 샘솟는 물을 표현하기 위해 하단부에 샘을 만들었고 밤에는 조형물 앞에 설치된 사각 연못에 원형 입구가 비쳐 보름달이 뜬 것처럼 보이게 했다.” 또한,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다슬기를 의도하며 생태복원을 이룬 청계천의 상징성을 돋보이게 했다.


해당 작품을 설치하기 전, “한국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다. 오히려 미관을 해치는 것 같다.”와 같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 특성이 거대한 무언가가 갑자기 일상에 뚝 떨어진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 예측해본다. 누군가에겐 우스꽝스러운 흉물, 누군가에겐 의미가 담긴 예술로 기억된다.


기존의 예술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르기에 극과 극으로 나뉘는 감상평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이 대립된 의견을 쭉 읽다보면, 과연 예술이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 라는 물음이 생긴다.




<떨어트린 콘>, 2001


 

 

독일 쾰른의 한 쇼핑센터에 설치되어 있는 그의 작품이다. 콘의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이아몬드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쾰른의 명물인 대 성당의 탑에 새겨진 무늬와 닮아 있다. 작품에 쾰른만의 상징성을 부여한 것이다. 또한 쇼핑센터에 설치했다는 것을 주목해보아야 한다.


예쁘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떨어트리면 먹을 수 없고, 녹으면 더더욱 의미를 잃는다. 올덴버그는 현대인의 소비문화를 재치 있게 비판한 것이다. 과한 소비와 물질적 풍요는 영원할 수 있을까? 이를 행복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이 옳을까? 라고 말이다.


작품이 미술관이라는 정해진 곳을 벗어났기에 뜬금없다고 여기지만, 알고 보면 가장 의미를 잘 전할 수 있는 곳에 놓여 굉장히 뜻깊다. 장소의 특성을 잘 헤아린 후 이와 긴밀히 연관된 형상을 설치하기 때문이다. 왜 이곳에 이 작품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의 작품을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일상 속에서 재미와 사유의 기회를 동시에 선사하는 것이 그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Soft Toilet> (1966)


 

 

올덴버그는 또 하나의 고정 관념을 바꾼 작가이다. ‘조각’하면 딱딱하고, 균형 잡힌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조각 또한 부드럽고 형태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변기뿐만 아니라 타자기, 햄버거, 바이올린 등을 표현하며 부드러운 조각 연작을 펼쳐나갔다. 부드러운 것을 딱딱하게, 딱딱했던 것들을 부드럽게 변형시키며,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모든 형태들을 낯설게 또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물체의 속성들을 바꿔놓은 그의 작업들은 ‘낯섦’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리하여 당연시 했던 모든 물질들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여 사고를 확장시킨다. 익숙해진 물체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물체를 이루는 요소의 본질들을 되새기게 만든다. 고정 관념을 해체시키며 세상을 이루는 모든 것들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이치를 전한다. 더불어 예술의 형태를 규정짓는 잣대 또한 편협한 것임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은 오랫동안 보고 느끼고 생각할수록 깊어진다. 일상적인 공간에 일상의 오브제들로 일상적이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재미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예술의 영역과 삶의 영역에서 큰 변화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영역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형식으로 표현의 확장을 이루었고, 삶의 영역에서 당연시 여기는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사고의 확장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나의 삶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올덴버그의 작품은 굳어진 사고를 유연하게 풀어주어 관용적이고 성숙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예술을 삶에 끌어들이면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새롭게 보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킨다고 믿는다. 어떤 즐거운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기대해보며 올덴버그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글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고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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