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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an 30. 2022

[영화] 바그다드 카페 리마스터링 Bagdad Cafe

따뜻하다 따뜻해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무려 1987년에 개봉한 영화인데, 2016년 7월 리마스터링 작업(오래된 영화의 화질과 음질을 개선시키는 작업)을 거쳐

재개봉했다. 오래된 필름도 나름의 멋이 있겠지만, 그래도 선명한 영상이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매력적인 색감과 세련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영화는 미국의 어느 사막 찻길에서 시작된다.

남편과 다툰 뒤 차에서 내려 혼자 짐가방을 끌고 가는 독일 여자 야스민은 한참을 걸어 허름한 모텔 겸 카페인 ‘바그다드 카페’에 도착한다.



그곳에는 게으르고 무책임한 남편이 집을 나간 뒤 홀로 남아 울고 있는 여주인 브렌다가 있었다.

그렇게 땀을 흘리는 야스민과 눈물을 흘리는 브렌다는 서로를 경계하며 마주했다.

 


브렌다는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은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차도 없이 혼자 모텔에 머물겠다고 하는 야스민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야스민은 자신을 두고 떠난 남편과 버려진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현재 있는 곳에서 잘 지내보려 노력한다.

바쁜 브렌다 몰래 브렌다의 사무실을 청소하기도 하고 브렌다의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브렌다는 자신의 일상에 침투하는 야스민을 불편해하면서도

야스민이 바그다드 카페에 가져온 생기와 따뜻함에 천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야스민도 바그다드 카페의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점점 자연스럽게

 본인의 아름다움을 찾아간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야스민이 브렌다의 아들 살로모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 장면이었다.

살로모는 매일 카페 안의 오래된 피아노로 연주를 하는데 살로모의 연주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엄마 브렌다는 살로모의 피아노 연주를

소음으로 여긴다. 그런데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악보만 빠르게 따라가는 피아노를 치는 살로모의 옆에 야스민이 다가와 앉는다.

처음으로 살로모의 피아노를 ‘감상’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살로모는 자세를 고쳐 앉고 ‘연주’를 시작하고, 연주자와 관객은 서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한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계속될 것 같았지만, 비자 문제로 야스민이 바그다드 카페를 떠나야 하는 날이 왔다.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의 등장으로 당황한

관객 1인)

야스민이 떠난 바그다드 카페는 야스민이 오기 전으로 되돌아가 활력을 잃고 바그다드 카페의 사람들은 야스민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야스민은 다시 바그다드 카페로 돌아온다.


딱딱한 정장에 머리를 틀어 올리고 모자를 쓰고 바그다드 카페를 찾았던 야스민은 화사하고 편안한 복장으로 다시 바그다드 카페에 나타났고,

매사에 짜증과 화를 내고 피곤에 찌들어있던 브렌다는 웃으며 달려 나가 야스민을 맞이했다.



영화는 야스민이 되돌아온 뒤 다시 활기를 찾고 모두가 행복한 바그다드 카페를 비추며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우정과 유대감을 말하고 있는 영화인데, 두 여성 주인공이 등장할 때 그들의 땀과 눈물의 배경에 남편이 있었다는 점 등에서 페미니즘 영화로

다뤄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 이 영화가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점은 황량한 사막에서도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이었다.

야스민과 브렌다의 관계에 중점이 맞춰진 것 같지만 야스민이 브렌다의 두 자녀를 비롯해 바그다드 카페의 식구들과 다양한 유대감을 형성해가는

과정이 정말 따뜻했다.


영상미와 색감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고, 높은 평점과 화려한 성적이 납득되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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