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기저귀가는 공주 -1978년 3월-
현관을 열자,
분유냄새에 기저귀 냄새가 섞여 훅 들어왔다.
차에서 내린 두 아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울어댔다.
“Emily, Can you hold this bag ?”
혜순은 무슨말인지 몰랐지만 건네주는 가방을 받았다.
가방이 끌리며 낡은 마룻바닥에 긁히는 소리를 냈다.
집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장난감은 많았다.
벽에 십자가 액자가 걸려 있었고, 냉장고 위엔
‘주님의 은혜로 살아갑니다’
라는 메모 자석이 붙어 있었다.
식탁엔 덜 닦여 말라버린 음식찌꺼기가 붙어 더러웠다.
고무 젖병과 수건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에일리 정미. 여기가 네방이야.”
마가렛이 방문을 열었다.
좁은 방.
두 아이의 유아용 침대와 기저귀 상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한쪽 벽에 작은 접이식 침대가 놓여 있었다.
“저 침대 쓰면 돼. 네침대야.
쌍동이 동생하고 방을 같이 쓰니 밤에도 안 무섭겠지?”
식탁에 앉았을 땐 배가 고팠다.
비행기에서도 제대로 못 먹었고,
도착해서도 줄곧 들려준 건 인사말뿐이었다.
“오늘은 좀 정신없네.”
마가렛이 말했다.
“그냥 빵이랑 우유 데워줄게.
기도는 리차드가 와서 같이 하자.”
식기도를 기다리던 동안,
기저귀를 찬 아이가 바닥에 엎질러놓은 우유를 보더니
마가렛은 걸레를 혜순이에게 건네주었다.
혜순은 벌떡 일어나 걸래로 바닥을 닦았다. 마가렛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착한 아이구나”
마가렛은 미지근한 우유와 오래되어 딱딱해져가는 빵에 피넛버터를 발라 혜순에게 주었다.
마가렛이 뭐라고 얘기를 했지만 무슨 얘기인지 알아들을수 없었다.
리차드는 밤늦게 들어와 마가렛과 얘기를 한참 했다.
혜순을 보더니 혜순의 머리에 손을 대고 뭐라고 뭐라고 기도를 했다.
혜순은 인형이랑 닮은 파란눈을 한 이상하게 생긴 사람들과
이상한 음식이 있는 그곳이 낯설었다.
자꾸 자기를 에뭘리라고도 정미라고도 하는 그 여자가 엄마가 되는건가 라고 생각했다.
한밤중에 쌍둥이는 여러번 울었다.
그때마다 정미는 아가들을 토닥토닥했다.
아기들의 울음은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마가렛은 잠든 채 움직이지 않았다.
기저귀가 축축하게 젖은 아기를
혜순이 조심스럽게 안았다.
다리에 힘이 빠졌지만
침대 옆에 놓여진 새기저귀로 갈았다. 아기가 버둥거려 혜순도 휘청거렸다.
그때 졸린눈을 하고 들어온 마가렛은 우유병 두개를 주며 아기를 가르켰다.
우유병을 빨며 아가들은 잠이 들었다
그때 처음, 혜순은 울고 싶었다.
이게…공주가 된 삶인가?
그렇게 들었다.
미국에 가면 공주처럼 살게 된다고.
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정미의 인형만이 이곳에서 익숙한 물건이었다.
그 인형만은 여전히 혜순 곁에 있었다.
“정미야…미안해.
네 인형을 내가 욕심내서 나 벌받는건가봐. 엄마 보고 싶어.”
에뭬리 ? 또는 정미라 볼리는 혜순은 소리죽여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