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오류는....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

by 손큐

서울대 미술관에 갔다.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 전시를 하고 있었다

직관적으로 와닿았다.

나는 그날도 오류의 커뮤니케이션 결과물에 꽤나 낙심을 하고 있던 날이었다.

모두 착각들이 많다.

나와 우주 사이에 나의 생각과 나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많은 오류들도 생각할 수 있다.

기계 오류도 있겠지만, 마음의 오류가 더 크다.

상실감,

낭패감,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을 향한 마음이 상대방과 다를 때, 그럴 때가 많았다.

기대치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일,

바람은 스산하고 체력을 딸렸고 커피는 씁쓸하지만, 이 전시를 보면서 오늘의 나의 현실이 돌아보았다.

-전시 메모-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는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개최된 기획전으로, ‘오류(error)’를 부정적 개념이 아닌 사유의 출발점이자 창작의 동력으로 재해석한 전시이다. 전시는 기술적 결함, 인지의 착오, 사회 시스템의 균열 등 다양한 층위의 ‘오류’를 예술적 실천과 연결하며, 완결성과 정답 중심의 사고를 전복하는 문제 제기를 시도한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2006년 개관 이후 학술 연구 기반의 전시 기획을 지속해 왔으며, 본 전시 또한 학문적 맥락과 동시대 미학적 담론을 접목한 사례에 해당한다. 건축은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하였으며, 실험적 공간 구조는 전시 서사의 다층성을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오류란~

전시는 오류를 단순한 실패나 결핍이 아니라, 인식 체계를 흔드는 계기로 설정한다. 과학과 공학 영역에서의 시스템 오류, 디지털 환경에서의 버그, 인간 인지의 착각 등은 통제 불가능성과 불완전성을 드러내며, 이는 동시대 사회의 구조적 불안과도 연결된다.

이 전시는 이러한 오류를 ‘산책’이라는 은유와 결합한다. 산책은 목적지 지향적 이동이 아니라 우회, 지연, 관찰, 발견을 전제로 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는 완성된 체계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균열 속을 유영하며 의미를 재구성하는 주체를 상징한다.


* 동시대 예술 맥락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오류는 창작 전략으로 적극 활용된다. 글리치 아트(glitch art)와 데이터 왜곡, 신호 간섭 등은 의도적 파열을 통해 미적 감각을 생산한다. 이는 완벽성의 미학에서 불완전성의 미학으로의 전환을 반영한다.

동시에 사회적 맥락에서 오류는 제도와 규범의 한계를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전시는 기술·사회·개인의 층위를 교차시키며 오류를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공간적 맥락과 관람 경험

서울대학교 미술관은 경사면 위에 위치하며, 외부 동선과 내부 동선이 교차하는 구조를 가진다. 이 물리적 조건은 ‘산책’의 개념과 상응한다. 관람자는 직선적 동선이 아닌, 오르내림과 시선의 전환을 반복하며 작품을 마주한다.

전시는 관람자에게 해설 중심의 소비가 아니라, 해석의 주체가 될 것을 요구한다. 오류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생성한다. 관람자는 작품 사이를 이동하며 스스로 의미를 조합한다.


*미학적·철학적 함의

오류는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균열의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완전성, 효율성, 정밀성을 추구하는 시스템은 작은 오류에도 불안정해진다. 전시는 이 불안정성을 은폐하지 않고 드러낸다. 이는 인간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는 태도와 연결된다. 오류는 결핍이 아니라, 사유의 확장 가능성이다. 예술은 이 틈을 가시화한다.

따라서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는 기술 비판적 전시라기보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유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완결을 지향하는 대신, 과정과 우회를 존중하는 태도를 제안한다.


〈오류를 거니는 산책자〉는 오류를 실패가 아닌 사유의 출발점으로 재정의한 전시이다. 기술의 버그와 인식의 착오, 사회 시스템의 균열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며 완전성과 정답 중심의 사고를 질문한다. 경사면 위에 놓인 실험적 건축 공간을 따라 이동하는 관람 경험은 ‘산책’이라는 은유와 맞닿아 있으며, 관람자는 오류를 피해 가는 존재가 아니라 그 틈을 거닐며 의미를 재구성하는 주체로 호출된다. 이 전시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예술이 어떻게 질문을 생산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전시기간 2026년 1월 29일(목) ~ 2026년 3월 29일(일) 참여작가 김보원 · 김웅현 · 김천수 · 방소윤 · 신정균 · 안태원 · 유장우 · 윤소린 · 이영욱 · 이은솔 · 정성진 · 한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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