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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지협 Sep 05. 2020

명상음악을 듣다, 든 생각

그립지만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인줄 알면서도

결혼 전 생활이 너무 그리워졌다.

음악에 너무 흠뻑 젖었던 건지,

코로나 때문에 예전 같지 않는 거리의 거리 때문인건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때 그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몽글몽글 가슴속에서 갑자기 샘솟았다.


잔잔하게 마음을 그리움으로 물들이는 와중에 할머니가 주신 스카프에 눈길이 가서 조용히 보다 마치 분신인듯 만지고 있었다.


앞으로 내가 겪어야 할 현실이 결혼식 때도, 반년이 지났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서글픔과 사무치게 그리운 마음이 왜 갑자기 울컥 쏟아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돌아가고 싶어 졌고 무서워졌다.


그리고는 혼자 계실 할머니의 외로움이 자기 내 마음에 살포시 와 닿았다. 어둠 속에서도 문득 떠오를 나의 코골이와 숨소리가..결혼 전까지 잠자리를 함께했던 룸메이트 우리 할머니,

결혼을 통해 우리는 완전히 분리됐다.

언제나 한 몸같이 서로를 생각했었던 나날들,

그래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에게 상처도 함부로 내뱉고 후회하며 가슴 아파했던 날들, 서로를 향한 애정이자 집착 같은 관심이었다. 그걸 그땐 몰랐었다 바보같이.


결혼을 언젠가는 해야 될 거라고 생각했긴 했다. 먼 세상 얘기 같던 그 얘기가 내 인생 삼십이 되면서 현실이 되었다. 나를 보듬어주는 남자가 생겼다. 이 사람이 아니면 누가 날 데려가겠나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결정했었다. 결혼한 걸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혼자가 된 할머니를 떠올리면 가슴 한켠이 너무 쓰렸고 여생을 홀로 서야 하는 할머니가 너무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고독함이 내 귓가를 가끔 파고들곤 한다.


신랑이 옆에 있다거나 내가 시간에 쫓겨 연락드릴 땐 서둘러 끊으려고 하신다 마치 서글픔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이, 때론 주체할 수 없는 외로움이 쏟아져서 봇물 틀듯 나오는 이야기보따리에 나 역시 듣기만 해도 흐뭇해지고 밥 한 끼 든든히 먹는 기분이 드는데 이건 아마 대화 끝에 남는 슬픔을 가장한 즐거운 수다였던 것 같다. 즐겁게 이야기해도 결국 통화의 끝은 있기 마련이니까... 전화를 끊는 순간 아무도 대답해주는 이 하나 없는 공허함으로 다시 들어서야 하니까 말이다.


'세상엔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고, 어차피 누구든 가게 되는 거야.' 몇 번이고 병실을 기웃했던 일이 있어서 혼자 두는 게 어린아이 마냥 걱정스럽다 요즘 같은 때에는 더욱이.


함께 붙어있던 시간이 길었고 진하게 다퉜던 만큼 지겨웠던 우리가 일 년 새 갑자기 떨어져 힘들지도 모를 이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할머니가 고마우면서도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어도 속 썩이지 않는 손녀가 되긴 힘들 것 같지만 그때보단 더 잘해드렸을 텐데. 아련해지는 추억이 되어 가슴에 콕 박히는 자정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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