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할머니의 애정 담긴 음식
할머니가 재작년 12월 겨울 무렵... 갑자기 간장조림 반찬을 많이 만들기 시작했다.
간장에 절인 마늘종, 양파, 마늘 등등 간장조림반찬들로 냉장고가 채워져갔다. 반찬 하기 힘드셔서 오래 드시려고 그러시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던 중에도 할머니는 우리에게 나눠주고 싶은 마음에 자꾸만 챙겨주려 하셨다. 늘... 하나 있으면 더 쟁여 아껴두고 하나라도 더 사서 뭐든 하나씩 챙겨주시던 할머니셨다.
고생의 무게를 이겨내기 이골이 났는지 다리는 골다공증으로 쑤시기 일쑤였고, 팔은 연골이 다 삭아서 움직이기 힘든 할머니의 몸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할머니나 잘 챙겨드세요...!
우리 주려 하지 말고~
할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지나고 나서 보면 할머니 기억 속에 나는 매정하고 모진 소리 해대는 손녀였지 않았을까 싶은데...
재료 사서 손질하는 것부터 해 드시는 게 몸이 편치 않은 상황이라 마음만큼 쉽지 않은데도 이렇게 다 나눠주면 할머니는 뭐 드실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고 반찬 없이 대충 드실 할머니의 밥상이 눈에 아른 거려 속이 쓰렸기에, 내겐 이게 할머니를 위한 애정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때도 손사래 치며 안 받다가 겨우 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챙겨 온 장아찌들이 일 년 가까이 묵혀 냉장고 한 칸을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어 볼 때마다 할머니 생각에 반가우면서도 맘 편하게 가져가지 못했던 그날의 죄송스러운 감정과 기억이 가슴을 스쳐간다.
평생 간직하고 싶은 맛인데... 이 또한 변해갈 테니... 쉽사리 손대지 못하다 쓰레기통에 버릴세라 어렵사리 뚜껑을 열어 먹어본다. 아주 오래도록 이 맛을 기억하길 바라며...
할머니의 손맛과 손길이 그리운 밤이다.
할머니가 해주시던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었던 모든 순간이 제겐 영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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