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회고지만 살짝 감성을 곁들인, 너무 개인적인 글
공항에서 글을 쓰는 중이다.
18년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서 맞는 새해이다.
18년에는 배낭하나만 들고 남미로 떠났다. 그때는 모험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공항에 오면 늘 설레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서른넷이 되었다.
아버지는 종종 마음은 아직 젊다고 말한다.
요즘은 그 말을 이해한다.
나이를 자주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젊다고 부르기엔 애매한 시점이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우선하며 살아온 편이라
나이에 대한 감각이 늘 분명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있다.
기록을 거의 하지 않고 지내왔다.
그래서인지 예전 기억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좋았다는 인상만 남아 있고,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는 기록을 해두는 쪽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2025년 회고록이다.
처음에는 공항과 비행기에서 빠르게 쓰고 끝낼 생각이었다.
2024년에는 휴직을 했다.
지쳐 있었고, 도망이기도 했다.
그리고 2월,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복직을 앞두고 마음이 복잡했다.
다시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
그래도 현실은 분명했다.
먹고살아야 했고,
회사가 주는 안정감을 이미 경험했다.
(하나라도 안정적이야 뭐라도 할 수 있다.)
새로운 조직에서 일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곳은 단순히 돈을 버는 장소만은 아니었다.
업무와 관계 속에서
내 역할을 스스로 정리해야 하는 연차가 되었다.
문제없이 적응했다.
일은 생각보다 괜찮다.
의미가 달라졌다기보다는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작은 일도 맡기면 200%로 해본다.
그리고 그게 긍정이던 부정이던 어떤 피드백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재미있다.
2024년까지는
돈, 집, 결혼 같은 생각이 많았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었다.
2025년에는 생각을 조금 바꿨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에너지를 다른 데 쓰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디자인을 할 때가 가장 덜 흔들린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2026년에는 이렇게 살고 싶다.
- 오래갈 부계정을 만든다.
- 실크스크린 포스터를 제작해서 나눠준다.
- 글을 쓴다.
예전에는 목표를 많이 적었다.
어차피 달성도 못할 거 이번에는 세 가지만 남겼다.
사실 목표라기보다는
늘 해오던 일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요즘 「흑백요리사 2」를 보면서 자주 생각한다.
디자인은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빛이 나는 순간은 누군가가 알아볼 때다.
모두의 공감은 필요 없다.
의도와 가치가 전해져
누군가를 잠깐이라도 기쁘게 하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