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하기 싫은 날에 읽는 글

어떤 일은 일보다 정체성에 가까운 것이다.

by 몬수

서론

이동진 평론가님의 팬이 된 것은 아마 왓챠피디아에 남기는 한 줄 평 때문일 것이다. 약간의 중2병적인 감성과 가끔씩 영화를 보고 깊은 여운에 한 주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좋은 영화를 찾을 때 왓챠피디아 평점을 꽤 신뢰하는 편이다. 자연히 항상 화제가 되는 그의 한 줄 평은 자주 접하게 되었다.'

(나는 꽤 과몰입하고 주변의 영향을 잘 받는 편이기 때문에 영화도 울림이 크면 몇 주간 빠져 산다. 사실 무엇인가에 영향받고 빠져있을 때의 기분을 좋아한다. F1 영화를 처음 보고도 한동안 운전 할 때 F1 OST를 틀어놓고 F1 드라이버가 된 상상을 하기도…)


우) 일요일마다 평점을 남기는 그의 캘린더, 좌) 그 한 줄 평 명징하게 직조해낸...


그의 영화 평론도 너무 좋아하지만, 가끔 다른 이야기, 특히 글 쓰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정리하고 풀어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분야가 다름에도 창작이라는 영역 그리고 보여줘야 하는 것에 대한 공통점 때문인지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마음과 호감이 합쳐져서 더 와닿고 좋은 영향을 주는 내 출근길 라디오다.


사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파이아키아 유튜브 영상은 거의 대부분 보았는데, 이 글의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 그중 몇 개의 영상을 아래에 추천해 본다.



[이동진이 말하는 기록하는 삶] *이번 글을 쓰게 된 영향을 받은 영상*

https://youtu.be/ud9r1J85cTg


[이동진 "퇴사=내 인생 최고의 선택! 그러나..."]

https://youtu.be/t8DGOBjnopQ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 영화평론가 이동진 1부]

https://www.youtube.com/watch?v=2YLonjnptTw



본론

그가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는 유튜브 B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얼마 전 이동진이 말하는 기록하는 삶이라는 영상을 보다가 꽤 울림이 있던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옮겨 적은 글은 아래와 같다. (보통은 출근시간이 한 시간가량 되는 특성상 운전할 때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듣기 때문에 다시금 그 부분을 찾는데 애먹었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말을 더 많이 하고 있지만, 저의 글 쓰는 정체성은 굉장히 중요했었고,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었고 원래, 그런 상황에서 글을 쓰는 게 나의 정체성이고 너무 중요한데 글 쓰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 보람도 너무 큰데, 글 쓰는 상황 속에서 내가 겪는 고통이 너무 큰 쪽이라서 항상 쾌감보다는 고통이 컸어요. 그러니까 이걸 어떤 일을 내가 시작하려고 할 때 이 일을 내가 시작하면 너무 고통스러워, 그러면 몸이 어떨까요? 정신이… 피해가게 되겠죠? 근데 그걸 이겨내고 써야 하는 거잖아요. 그걸 직업적으로도 하고 또 개인적으로도 해왔단 말이죠. 그러니까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삶이 너무 좋은 글 썼는지도 알 수 없지만 너무 괴롭고 힘든 거죠. 그러니까 글 쓰는 전체 단계, 블로그는 공지글이라는 건 너무 간단하지만 하다못해 일상에서 에세이 같은 글을 쓴다 할지라도 가장 힘든 순간은 첫 문장 쓸 때까지예요.


예를 들어 오늘 반드시 보내야 하는 원고 마감에 어떤 글이 있다고 쳐보세요. 그러면 그 원고 마감을 지키기 위해서 아무리 늦어도 2시간 걸린다 치면, 제일 괴로운 시간은 2시간 전이죠. 그전까지 너무너무 괴롭고 하기 싫고, 갑자기 타자 치면 너무 재미있고 방 쓸면 방 쓰는 게 세상에서 막 천국에서 하는 일 같고 이래요…. 그러니까 그 일을 수 도 없이 수십 년간 반복해 온 사람으로서, 그 사람 인생이 행복할 수 있겠어요?


Q. 그렇게 괴롭고 힘든데 왜 계속 글을 썼는가

더 중요한 것은 글쓰기가 운명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이게 나의 할 일이다. 그러니까 ‘안 할 수 있으면 안 하겠다’가 아니라 나는 반드시 이것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근데 괴롭다. 그러니까 괴롭더라도 계속 쓰는 게 그게 내 삶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동진 평론가님 같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사람도 창작하는 것을 이렇게 깊이 괴로워한다는 것에서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하고 이기적인 위로를 얻었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이 이야기에 대해서 내가 더 깊이 공감했던 이유는 아마도 글쓰기와 디자인의 공통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창작의 고통과 그 과정이 비슷하고, 그걸 보여주고 평가받아야 비로써 의미가 생기는 부분, 완성과 좋은 결과 시에 그 고통만큼 기쁨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이런 일을 잘하게 되었다는 건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평가 잣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그 잣대를 매번 자신에게도 적용해야 하는 점이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괴로운데도 계속하게 되는 일이라면, 그건 재능보다 어쩌면 정체성일지도 모르겠다.

디자인이라는 일 자체보다 이제는 그것을 하는 나 자신이 나의 정체성일지도.


출처 : https://www.dailymotion.com/video/x6wf5n0

예전에 Apple에서 광고한 behind the mac의 이미지로 마무리한다.

(모든 창작자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보낸다. 나도 어떻게 하겠는가, 괴로워도 해야지... 디자인 안하는 게 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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