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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인 한유화 Dec 11. 2024

불안한 사회 상황, 1인 가구는 취약한가 vs 용감한가

Wow, 계엄을 기회삼아 오픈채팅을?!

최근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000토론방, #000정보공유센터와 같은 오픈채팅방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을 보니 더욱 최근 상황과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 실감이 난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끌었던 채팅방이 하나 있었다. 제목은 다소 이색적이었다.
“계엄령 무서운데, 같이 계실 분?”


이런 오픈채팅방들 중에서는 ‘핫한’ 키워드에 업혀서 소위 ‘어그로 끄는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가 의심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일부 채팅방은 진지하게 심리적인 불안감을 호소하며 다른 누군가와 이런 마음을, 상황을,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고자 하는 실질적인 필요가 있음을 표현했다. 참여자 중 다수는 ‘혼자’였다.




사회적 위기 상황은 특히 1인 가구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계엄령처럼 통행 제한, 언론 통제, 집회 금지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경우 1인 가구는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더욱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사회 혼란이 장기화되면 생필품 부족과 물가 상승 등 경제적 여파가 생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불안을 느낀다. 특히 저소득층 1인 가구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할 자원이 부족하여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1인 가구는 응급 상황 발생 시 스스로 대처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이미 평소에도 독거 생활에서 발생하는 의료 공백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의료와 구조 서비스까지 제한될 수 있는 이런 상황은 더 큰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혼란이 심화될수록, 평소에 자신감 있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던 소위 ‘화려한 싱글’도 “이래서 가족이 필요한 것일까”라는 무력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 이러한 심리적 압박이 반복되면 고립감과 우울감으로 연결되며 정신적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혼자 생활하는 개인은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가족이나 동거인이 있는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수도 있지만, 1인 가구는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고립감을 느끼게 될 수 있다. 반복되는 무력감은 우울증이나 불면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위기 상황에서 1인 가구는 취약성을 겪는 동시에, 때로는 강점을 발휘하기도 한다. 1인 가구는 비교적 유연한 생활 방식을 통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거나 적극적인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1인 가구가 새로운 형태의 연대와 기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촛불집회에 홀로 참여하는 이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혼자도괜찮아요 라는 해시태그가 달려있다. 이들은 자신의 신념과 선택에 따라 행동하면서 동시에 다른 이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냈다. 이는 1인 가구가 독립적인 삶을 사회적 연대로 확장해 나가는 긍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또한, 1인 가구는 생활 방식과 사회적 맥락에서 비교적 독립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이 속한 사회나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1인 가구의 이러한 특성은 개인적 선택을 넘어, 공동을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런 1인 가구의 삶은 외로움이나 단절을 상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독립성과 사회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연대와 기여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기존의 가족 중심적인 사회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1인 가구가 겪는 취약성과 문제점은 여전히 깊은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다. 1인 가구가 느끼는 불안과 고립감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혼자의 삶이 외로움과 불안을 상징하지 않으려면, 개인적인 준비와 함께 사회적 지원 체계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각 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이를 사회적 연대의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혼자 살아가는 삶은 단순히 개인적 선택을 넘어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중요한 방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개인과 사회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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