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1인 가구를 세대별로 부르는 다양한 명칭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는가. 자취생이었던 1인 가구가 나이를 먹으면서 ‘노총각’, ‘노처녀’가 되었다가, 결혼생활이 끝나고 소위 ‘돌싱’이 되는 경우 심지어 ‘홀아비’, ‘홀어머니’라고 불리기까지 했던 게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은 일이라는 걸 떠올리면 아찔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과거엔 혼자 사는 삶이 사회적 낙인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지금의 MZ세대는 혼자 사는 삶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오히려 이를 개인의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MZ세대라는 이름을 들으면 그들이 하나의 세대처럼 느껴질 때가 많지만, 사실 그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M세대는 경제적 불황과 사회적 변화 속에서 성장했고, 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디지털 네이티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혼자 사는 삶’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Z세대에게 가상 공간은 단순히 현실을 대체하는 장소가 아니다. 그들은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넘어 디지털 세계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탐구한다. 전통적인 결혼식이 법적 결합과 사회적 관습에 초점을 맞췄다면, Z세대는 이를 개인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그들에게 결혼식은 더 이상 정해진 형식이 아닌, 자신만의 의미를 담아내는 의식이다.
이처럼 Z세대는 전통적인 결혼의 의미를 넘어, 결혼식을 새로운 사회적 경험으로 바꾸고 있다. 그들이 만든 혼삶의 방식은 자신을 표현하는 기회이자, 결혼이라는 사회적 의식을 현대적이고 개인화된 방식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들은 더 이상 혼자 사는 삶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혼자인 시간을 ‘고독한 순간’으로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그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성장하는 기회로 여기며 혼자로서의 자신을 완성시켜 나가고 있다.
Z세대 1인 가구, 원하는 정책도 다르다?
아직도 다수의 M세대는 여전히 ‘집을 소유하는 것’을 ‘성공의 상징’으로 여긴다. 결혼 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집을 장만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며, 그들의 주거지 선택에서 중요한 요소는 바로 ‘안전’이다. 재난 안전성, 위생, 기후변화에 대한 고려 등, 집은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을 넘어,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요새’ 같은 존재로서 안정감을 제공하는 공간인 셈이다.
이와는 달리 Z세대는 집을 소유하는 개념 자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대신 그들은 '집은 살아가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자유로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생각한다. 목돈을 마련하기에는 경제활동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Z세대는 자연스럽게 월세나 전세를 선호하며, 집을 구입하기보다는 거주지의 유연성을 중시한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주거지 선택은 자유로움과 실용성이 핵심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원하는 주거정책도 주택 구입보다는 자금 지원을 위주로 하고, 주거지 선택에서도 ‘안전’보다 ‘자기 방식대로 살 수 있는 자유’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MZ세대가 희망하는 주거 정책은 어떤 것일까. 생애 주기상 첫 내 집을 장만하는 시기에 놓인 M세대는 희망 주거 정책으로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지원(54.2%)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 뒤를 이은 것이 전세자금 대출 지원(53.1%),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22.4%), 공공분양주택 공급(17.2%), 공공임대주택 공급(15.7%) 순이다.
반면, 전·월세 거주 비중이 높은 편인 Z세대(14~35세) 가구주는 전세자금 대출 지원(65.8%), 월세 보조금 지원(37.8%),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지원(27.4%)으로 우선순위를 꼽은 것이 인상적이다.
경제활동 기간이 길지 않아 가뜩이나 목돈을 모으기 어려운 Z세대, 심지어 1인 가구라면?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답게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넘어, 가상 공간에서의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갖기도 한다. 이제 그들의 주거지는 현실의 집만이 아니라,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존재한다. 물리적인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사기 어렵다면, 가상 공간에서라도 '내 땅'을 갖고 싶은 것이 Z세대의 심리다. 실제로 가상 부동산을 구입하고 이를 임대하거나 판매하는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는 현실 세계에서의 집 장만이 어려운 상황에서 디지털 공간에서도 소유욕을 충족하려는 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삶을 부정적으로 보던 과거의 인식은 이제 MZ세대의 주도 아래 긍정적인 삶의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각자의 선택과 방식이 존중받는 시대, 그 안에서 탄생하는 다양한 혼삶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