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
뱃속에 아기를 품은지 어느덧 10개월 째가 됐다.
매일 들어가는 280days 어플 첫 화면에서
'태어나기까지 앞으로 30일'
라는 걸 보니 정말 출산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이
실감 난다. (무섭)
대체 출산 한달 전엔 무엇을 해야할까.
녹색창에 검색을 해봤다.
먼저 아이 낳은 엄마가 알려주는
"출산 한 달 전, 이건 꼭 해라." 라는 글의 첫 번째는 다름 아닌 '구워먹는 음식점가기'였다.
아기가 태어나면 외식 자체가 어려운 건 물론이거니와, 당분간 연기나고 뜨거운 불판 있는 곳은 절대 못간다고 봐야하니 출산 전 미리 많이 가두라는 것.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고기나 해산물구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임신하고도 과일만 찾아서 사실 뱃속의 아기가 딸인 줄 알았다. (임신 입맛이 과일이면 딸, 고기면 아들이라는 속설) 단백질 섭취를 해야한다고 챙겨주시는 친정엄마 덕에 고기 굽굽하는 날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나는 구워먹는 고기를 내가 먼저 찾는 법이 없다.
내가 생각한 출산예정일을 D-30 앞두고
해야할 일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출산용품 리스트 끝내놓기
최근에 당근으로 유모차, 그리고 핫딜로 가습기와 젖병소독기까지 사면서 이제 90% 는 준비한 것 같다. 남은 건 수유나시, 산모패드 등의 내 용품 정도.
출산가방 싸기
출산용품 준비에 비하면 출산가방 싸는 건 껌인 것 같다. (근데 왜들 일찍 싸두는거지?) 엑셀로 정리는 다 해두었고 캐리어에 짐싸는 건 다다음주쯤 하려고 한다. 남편은 오래되고 낡은 캐리어 대신 예쁜걸로 새로 사라는 거 참는 중.
세탁지옥 입문하기
다들 30주 전후로 한다는 아기용품 세탁. 낼 모레
36주인 나는 여태 시작도 안했다. 세탁조 청소부터 시작해 세탁-자연건조-건조기먼지털이 이 과정을 무려 세 번씩 거쳐야 한다는 지옥의 손수건과 아기의류 세탁. 남편이 출산휴가 받으면 해준다했으니 믿고 맡겨야지 :P
산후도우미 신청하기
출산 예정일 40일부터 신청할 수 있는 정부지원 산후도우미 서비스. 다행히 기준중위소득 조건에 들어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함양군 보건소에 갔더니 내년 2022년부터 자부담이 현재 50%에서 10%로 줄어든다고 서류만 접수해놓은 채 내년에 지원신청을 해준다고 한다. 그전에 업체는 미리 예약할 수 있다고. 함양에는 산후도우미 업체가 한곳뿐이고 도우미 수도 적어서 진주에 있는 업체 6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함양까지 오려는 도우미도 잘 없을 뿐더러 몇 안되는 도우미도 이미 예약이 다 차서 구하기가 쉽지 않네. 결과적으로는 대구 친정에서 조리하면서 산후도우미도 부를 예정인데 부디 좋은 분과 인연이 되었으면.
차밍이존 꾸미기
현재 흩어져 있는 육아 아이템들(원목침대는 대구에, 기저귀교환대는 함양에 등)을 한곳으로 모으고 남편 친구들이 오면 남는 방 하나를 정리해서 드레스룸으로 만들고 안방에 있는 미니 드레스룸 공간을 차밍이존으로 꾸밀 계획이다. 근데 친구들이 크리스마스때 오는거라 불과 출산 2주 전인데 나 컨디션 따라주겠지...?
작업실 정리
출산휴가 들어가기 전 마지막 주문을 2주간 받으면서 생산과 배송, 그리고 픽업 손님 맞이를 하고 있는 주간. 복귀하는 내년 봄까지 단기로 맡아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구하기 쉽지 않기에 급하게 가게 임대를 내놓았다. 함양에 본점을 운영하면서 대구에 쇼룸매장도 같이 하게 될지 어찌할지 다가오는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새로운 세입자 구하는 것으로. 정든 작업실이여 안녕-
남편과 둘만의 추억 쌓기
결혼 후 항상 얘기해온거지만 만약에 아기가 생기더라도 나에게 1순위는 늘 너일거라고- 그리고 너도 마찬가지로 내가 항상 우선이어야한다고 주입(?) 시켜왔다. 사실 주변에서 아기 낳고 나면 부부가 엄청 많이 싸운다라던지 혹은 남편이 꼴도 보기 싫어진다는 말을 들어 조금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남편을 더 우선할래. 둘이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신혼기간 D-30. 더더 둘만의 추억을 많이 쌓아야지. 그런 의미로 지금 와있는 남편 생일맞이이자 출산 전 마지막 여행이 될 부안여행도 재미나게 하고 돌아가야겠다.
갑자기 좋아하는 멜로망스의 노래가사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