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교사, 0년 학부모

by 나오


나는 18년 차 교사다.

학교와 교실이 매우 익숙하고 내 집 같다.



그런데 오늘은 교문에서부터 뚝딱거렸다. 아이 손을 잡고 안내문을 따라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에 들어가는 순간 교사가 아닌, 학부모로서 첫 발을 내딛고 있었다.



익숙한 앞자리에 서 있는 대신 아이를 앞에 앉히고 주섬주섬 뒷자리 학부모석에 앉았다.


입학식은 누구에게나 긴장되는 순간이다.

3월 첫날, 낯선 얼굴들이 서로를 반긴다. 교사로서 개학식을 앞둔 전날은 항상 잠을 잘 못 이루곤 했다. 피곤함과 긴장감을 커피 한 잔으로 달래고 행여나 아이들이 어려워할까 봐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띠며 교실에 들어갔었다.



사실 중학교 입학은 학부모님이 따로 오시지 않기 때문에 입학식 자체도 간소하고 부담이 없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들에게 학교가 처음이기 때문에 선생님들께서도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긴장되실 것 같았다.



입학 며칠 전에 급히 이사를 왔는데도 불구하고 담임 선생님께서 반이나 번호 배정, 자리 배치 등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신경 써주셔서 깜짝 놀랐고 정말 감사했다. 신입생 예비 소집 이후 이사를 오게 되면 아무래도 반 배정이 끝난 상태에서 아이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울 일이 많다. 학교 알림 어플을 미처 설치하지 못한 걸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셔서, 본의 아니게 늦게 등록하게 되어 번거로우셨을 것 같다고 죄송하고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드렸다.



아이들을 대하시는 모습에서 선생님의 베테랑 기운이 느껴졌다. 한 달 내내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차렷 자세로 얌전히 앉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다행히 첫날은 아이가 선생님 말씀을 잘 따라왔다. 학교 생활이나 준비물 등 안내가 조금 길어지면서 의자 다리 사이로 아이들이 발을 약간 버둥거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입학식에서의 긴장도 풀리고 이제 좀이 쑤실 때지..

남학생 수가 여학생의 곱절이 넘어갔다. 남중, 남고처럼 남초라고 해야 하나? 활발한 남자애 엄마라서 그런지 남자아이들이 많아 다행이다 싶었다. 제발 눈에 안 띄게 아이들 사이에서 무난하게 잘 묻어갔으면 하는 게 유일한 바람이다.



요즘은 개인 정보 때문에 기초 조사서 양식에 부모님 직업란이 없다. 그래서 아이를 통해 듣지 않는 이상 가정환경의 세세한 것까지는 알 수 없지만, 혹시라도 교사 자녀인 걸 담임 선생님께서 아시게 되면 서로 정말 너무 부담스러울 것이다. 아이가 잘해도, 못해도 부담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절대 먼저 이야기하지 말고 혹시 여쭤보시면 회사원이라고 말씀드리라고 일러두었다.



십여 년 전 중학교 1학년 담임을 할 때 우리 반 4 공주 중 한 친구 어머니께서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는데, 학교에 불려 오실 때마다 너무 면목 없어하셔서 안타까웠던 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아이도 없고 나이도 어릴 때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주변 동료 선생님들께서 교사 자녀는 ‘모’ 아니면 ‘도’라고들 하신 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또 최근에는 예민하신 학부모님 중에 교사 분도 계시고 실제로 민원도 많이 들어와서 학교 실정 아시는 분들이 더하다는 얘기가 도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학교 현장을 잘 알기 때문에 이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거다.



이러나저러나 가장 최고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아무 연락 없는 게 최고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가장 고마우면서 미안한 친구들이 무난하게 잘 생활하는 친구들이다. 손이 많이 가거나 예민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라 무난하게 적응을 잘해주는 아이들이 가장 고맙게 느껴진다.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긴장을 풀어주시려고 노력해 주시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아이들과 편안한 1년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이는 학생으로, 나는 학부모로 첫 발을 내디뎠다.

서로 처음인 길이지만, 함께 걷는 이 길이 즐겁고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