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수업 방해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거 하나만 바랐다.
아이가 유치원 생활로 많이 사회화가 되긴 했지만 일 년에 두어 번 가끔 친구들과의 실랑이로 담임선생님 전화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이, 정말 많이 사람됐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교 후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물었다.
“학교는 어땠어? 재밌었어?”
“……”
“친구들하고 얘기는 좀 했어?”
“……”
대답을 할 리가 없었다. 남자애들은 정말 왜 그러는 걸까? 눈을 감듯 귀를 닫긴 어려우니 원치 않아도 들리기는 할 텐데, 아이를 보면 눈꺼풀 마냥 보이지 않는 귀꺼풀이 있는 것 같다. 아주 미동도 없다.
예로부터(?) 여자애들은 CCTV 마냥 기관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이야기해 준다고 들었다. 선생님이나 아이들의 말과 행동도 연기하듯 재연 한다고 한다. 그래서 늘 딸 엄마들한테 정보를 입수하곤 했었다. 아들 엄마들끼리 모이면 아는 것도 없고 할 얘기도 없으니까.
수업은 잘 들은 건지, 친구들하고는 인사는 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너무 답답했다.
"근데 밥이 맛있었어!!"
어. 그렇구나. 밥이 맛있었구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2월 말에 이사를 했는데, 아이가 자기는 집 앞 초등학교에 갈 거라며 이사 가기 싫다고 난리였었다. 돌쟁이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생을 보냈던 동네라 친구들이 많아 헤어지기 싫은가 보다 했었다.
아이에게 미안해서
"친구들하고 함께 학교 가고 싶었구나?
그렇지만... 이러저러해서 우리 이사 가야 돼. "
나도 모르게 설명이 길어졌다.
"아니~ 그게 아니라 00 초등학교 급식이 진짜 맛있대. 주스도 나오고, 아이스크림도 나온대!!! 그래서 이사 가기 싫어! "
네가 이사 가기 싫어했던 게, 단지 밥 때문이었어!
그래. 어릴 때부터 유난히 먹는 것에 집착이 심했지.
학교 갔다 와서 잘 놀다가
“엄마! 근데 급식이 진짜 맛있었어! “
뜬금없이 또 급식 얘기다.
아니 그건 알겠고, 수업이랑 친구들 어땠냐고… 별일 없었냐고.
별 일 있어도 없어도 먼저 이야기하는 법이 절대 없다. 며칠 더 지켜보고 살살 구슬려서 눈치껏 파악하는 수밖에.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밥이 맛있어서!
<식단표>를 바로 뽑아줬다.
사실 근무할 때도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식단표’다. 다음 달 1일이 되기 전에 미리 뽑아서 신속하게 게시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학급마다 식단표를 다루는(?) 방법은 제각각인데, 일반적으로는 메인 메뉴에 형광펜이 그어져 있다. 어떤 반은 칠판이나 화이트보드에 전용 구역을 만들어 매일 손글씨와 그림으로 식단을 정리한다. 치킨 옆에 닭다리가 그려져 있는 식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교사들은 급식실에서 아이들 줄을 세우고 순차적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게 급식 지도를 하는데, 수요일이 걸리면 살짝 긴장한다. 수요일은 특식이 나오는 날이라 평소보다 먹는 속도가 느려지고, 한 번 더 받는 아이들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수업 중에도 자연스럽게 급식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오늘 뭐 먹느냐’는 꽤 중요한 문제다.
정작 교사들은 바빠서 오늘 급식 메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수업을 하면 금세 배가 고파져서 간식도 먹고, 급식도 꼭 챙겨 먹는데, 방학이 되면 그제야 깨닫는다. 학교에서는 누군가가 매일 내 밥을 챙겨주고 있었다는 걸.
교사든 학생이든, 엄마든 아이든, 잘 먹어야 주어진 일도 잘할 수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는 급식을 잘 먹는지를 보면 된다. 그럴 때면 몸이든 마음이든, 어딘가 불편한 건 아닌지 먼저 살펴보게 된다. 친구 관계 때문에 급식실에 가기 힘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잘 먹는다는 건 마음이 편하다는 증거다.
누가 뭐래도 제일 중요한 건 밥이지
수업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친구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그 한마디 속에
지금 충분히 잘 지내고 있다는 신호가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