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서 학부모 총회는 셀 수 없이 해왔다. 그런데 학부모 입장이 되어 참석하려니 며칠 전부터 괜히 긴장이 됐다. 어린이집, 유치원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무게감이 있었다.
입학식 이후로 이어지던 긴장은 3월 말 학부모 상담까지 마치고 나서야 스르르 풀렸다. 입학식, 총회, 상담. 세 개의 산을 연달아 넘은 기분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공개수업은 교사도, 학부모도, 아이들도 모두 어딘가 얼어 있었다. 그래도 나이 지긋하신 베테랑 선생님 덕분에 40분 수업이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얘는 왜 자꾸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가만히 못 있는 것 같지? 평소에는 기차 화통 삶아 먹는 애가 발표할 땐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네 정말...'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섰다. 혹시라도 눈 밖에 벗어나는 행동을 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래도 다행히 다른 아이들도 다 비슷했고, 그 속에서 우리 아이도 조용히 섞여 있었다.
공개 수업이 끝나고 아이를 남편에게 보내고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학부모 총회가 시작됐다. 국민의례, 교장 선생님 말씀, 학교 안내, 각종 예방 교육 및 연수 등 형식적인 절차는 중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열댓 명 남짓한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의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빈자리 없이 빼곡한 교실을 보며 '아, 여긴 정말 1학년 교실이구나' 싶었다.
담임 선생님 말씀이 시작됐다.
우리 아이 탐탁지 않았더라도
많이 칭찬해 주세요.
어른도 40분 가만히 앉아 있기 어려워요.
아이들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순간 뜨끔했다.
나는 공개수업 체크리스트에 '미흡' 항목을 하나 둘 표시하고 있었고, 핸드폰 메모장에는 아이의 고칠 점을 적고 있었다. 교사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더 엄격해진다.
같이 놀러 가자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부모에게 듣고 싶은 말'을 고르는 활동이 있었는데, 우리 아이의 선택은 이것이었다.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의 마음은 달라서 적잖이 놀랐다. 평일에는 지쳐 있었고, 주말에는 회복하느라 바빴었다. 아이에게 주말은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었을 텐데 나는 종종 쓰러져 있었다.
아이의 말을 듣고 다짐했다.
조금 덜 완벽해도 괜찮으니까 조금 더 놀아주자고.
올해 상반기는 휴직을 했으니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로 다짐했다.
총회가 끝나갈 무렵, 담임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급식 모니터링 가능하신 분 계실까요? "
선뜻 손을 들었다.
지원자가 없을 때 담임교사가 얼마나 난감해지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조금 기대도 했다.
'우리 애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는 급식, 나도 한번 먹어봐야지. '
그런데 일주일 뒤 받은 가정통신문...
먹는 게 아니라 '식재료 검수'였다.
좋다 말았다.
아이도 나도 먹는 거 좋아하는 건 참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