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장인의 꿈과 같은 드라마, <욱씨남정기>
처음에는 여자 주인공 캐릭터가 흥미로워 별 기대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매 회가 끝날 때마다 직장인으로서 또 여자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을'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다뤘던 <미생>과 차이점이 있다면 좀 더 유쾌하게, 좀 더 희망적으로, 그리고 좀 더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그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갑'과 '을'의 세계를 넘나들며 중심을 잡고 있는 여주인공 '옥다정'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기나 할까 의심스러운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이다.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건 매 순간 가장 합리적이고 도덕적으로 옳은 선택을 하고자하며 이를 실천에 옮긴다. 물론 그 힘의 원천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옳다고 믿는 것(인간성, 양심, 이성)에 대한 신념일 것이다.
그동안 옥다정과 같은 능력자 캐릭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혼자 잘나서 승승장구하거나 아니면 '갑 중의 갑' 캐릭터로 온갖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게 아님 자신보다 더 '갑'인 사람에게 비비거나... 옥다정 캐릭터가 굉장히 비현실적이면서도 독특한 점은 충분히 잘난 그녀가 친히 '을'의 세계로 내려왔다는 점이다. 그것도 '을'을 불쌍히 여겨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되는 갑과 을의 관계를 끊어보고자 함이었다.
나름 '갑'의 세계에 몸담고 있던 그녀는 한 순간만 참으면 누구보다도 쉽게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다. 김상무에게 조금만 머리 숙이라는 첫번째 남편의 조언대로 그리 했으면 험한 꼴 안보고 곱게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이런 그녀도 처음에는 참았을 것이다.
드라마 초반, 김상무는 성과와 승진을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았던 그녀를 언급하며 이를 모욕하는데 그녀가 지난 날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으나, 적어도 김상무가 언급한 것처럼 막 나가진 않았다는 것, 그렇지만 또 그 말을 그냥 넘겨버릴만큼 걸릴 게 아무것도 없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추측하건대 아마 그녀도 처음에는 흔들리고 상처받았을거라 생각한다. 그런 고비들을 겪고 지금의 그녀는 누구보다도 강해진 것이리라.
머리 뒤에 후광을 달고 러블리 사무실로 들어오던 그 장면처럼, 그녀는 '을'들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 였을 것이다. 바로 이런 그녀의 존재가 있기에 <욱씨남정기>는 <미생>을 볼 때처럼 답답하고 힘들진 않다. 언제나 사이다처럼 나타나서 모든 걸 바로 잡아버리는 그녀. 꼬마 남우주의 상상 속 정의의 '세일러문'과 같다.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든 정의의 사도가 악당을 무찌르고 '선'을 지켜내듯이, 남겨진 2회에서는 김상무과 그 일당들이 자신들이 한 짓에 대한 댓가를 받는 내용들이 보여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 악당들은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비겁하고 나쁜 것을 또 아닌 것을 혼내지 못하는, 아니라고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 악당들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드라마는 곧 끝나가지만 아직도 의문이 든다. 과연 나는 매 순간 내 양심과 이성에 따라 행동할 수 있을까? 사리사욕보다 대의를 추구할 수 있을까? 지난 날을 부끄러워하고 또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적어도 나는 내가 어찌 해야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