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뽐이'를 보면서
언제나 환한 오렌지 빛을 띤 '뽐뽐이'
클라이밍을 할 때 쓰는 쵸크백 이름이다. 복실복실한 몸을 지닌 뽐뽐이는 팔도 길어서 하얀 단추눈 밑에 마치 코처럼 낄 수도 있다.
사실 이 이름은 같이 클라이밍을 하는 나보다 열 살 어린 동생이 지어준 것이다. 뽐뽐이 만큼이나 상큼한 그 친구는 뭔지 모를 귀여움을 가지고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참 좋아진다.
주인인 나보다도 얘를 귀여워하며 노는 모습이 천진한 어린 아이 같기도 하다. 이 동생이 아니었음 이름 없이 굴러다녔을 물건이 순식간에 사랑을 독차지한 인형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주위 사람들까지도
쵸크백에 관심을 가지며 흐뭇하게 바라봐준다.
지난 번 여행을 갔을 때 이 친구가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 네임 텍이 있길래 사다 주었더니, 받자마자 신발 가방에 척 하니 달고 고맙다며 행복하게 웃었다. 덕분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다가도 가방에 매달려 큰 눈망울로 날 쳐다보고 있는 캐릭터를 볼 때마다 참 흐뭇해진다.
항상 작은 것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동생을 보며 어린 친구지만 참 본받을 점이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해피 바이러스에 나도, 또 주변 사람들도 물들어버린다.
운동이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며 속내를 들어보니 평소 사람들과 대화할 때 나름대로 많이 고민하고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가끔 살짝 어리버리해보일 때가 있었는데 그 때문이었던 거다. 사실 자기도 원래부터 이런 성격은 아니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말을 돌려하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날리는 타입이었는데, 잘 모르고 한 말이 친한 친구에게 상처가 되면서부터 고쳤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못한 말들도 많을 터, 마음 속에 쌓이는 것도 많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런 것 같다고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예쁜 마음이 다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