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생각일기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이고 솔직한 마음 고백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돈 안 되는 일을 할 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가 키운 화단의 화분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
집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쬐며 몇 시간이고 클래식 라디오를 듣고 누워있는 일,
무작정 정리하고 싶은 대로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
멋진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서 사진을 찍는 일,
이런 일을 할 때, 나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다.
돈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갈수록 행복감을 더 느끼는 듯하다. (이런)
예전엔 역사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던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걸 읽어서 어디에 도움이 될까? 돈이 되는 부동산공부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남편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요즘 용기를 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해보고 있다.
실용서만 읽던 내가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고, 내 이야기를 담은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내가 경험한 일 중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생기면 블로그에 기록하기도 한다.
청소전문가가 된 것처럼 집안 구석구석을 제대로 청소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드로잉도 배워보고, 서재에서 계획없이 끌리는 책들을 골라 읽어보기도 한다.
이렇게 소소하게나마 사회가 시키는 일이 아닌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일을 하니 육아 스트레스도 줄고 매일매일의 내가 어떻게 하루를 새롭게 이끌어갈지 기대가 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 정리를 꼭 한다. 이불을 빳빳하게 잡아당기면서 다짐한다. '오늘도 난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끌려다니지 않겠다. 정한 다짐들을 실천하는 하루를 보낼 거야'를 속으로 외치며 아침을 시작한다.
휴직하는 기간에는 당연히 육아에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나를 돌아보고 알아보는 시간도 충분히 가져보려 한다. 용기를 내서 하루의 온전한 주인이 되고자 한다. 돈은 안되지만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을 많이 많이 찾아낼 것이다. 그동안 사회의 요구에 휩쓸려 산산이 흩어져버린 '나'라는 조각을 조금씩 되찾아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