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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티스트큐 Apr 12. 2024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무기력증 극복하기 위한 게으른 인프피의 투쟁 시작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일을 쉬게 되었다. 암을 알기 전에 한두 달 심한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남편이 힘들어하고, 한없이 무기력한 나를 보고 답답해하고 잔소리도 많이 했다. 

침대 주변은 물론 침대 위까지 잡동사니가 널려있는 채로 잠이 들었다. 

최근 무기력증 때문에 릴스를 계속 보다가 겨우겨우 새벽에 잠드는 패턴이었다.

그런 나 자신이 참 싫은데 계속 그런 한 달 보냈다.

나에 대한 기록을 너무 하고 싶은데 정작 시간이 나면 몸이 지쳐서 아무 생각 없이 릴스를 보고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오늘은 삐져서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남편 때문에 독박육아를 했다. 

나는 암 때문에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내가 눈에 보이니, 육아일을 안 하면 매우 싫어했다. 

이런 내면에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남편

덕분에? 나는 오늘 아기와 즐겁게 그것도 내 체력에 밑바닥까지 끌어올려 하루종일 놀았다. 

거의 10시쯤 자는 아가가 8시 반부터 잠잘 준비를 하더니 9시쯤 꿀잠을 자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은 엄청 많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하루에 한 개라도 잘하자 하는 마음으로 아가와 놀이터를 갈 때 핸드폰을 일부러 놓고 갔었다. 

핸드폰 디톡스하자고 생각하기도 했고,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해서 즐겁게 같이 놀아주고 싶었다. 

놀이터에 나가니 튼튼이 또래는 없었지만 언니 오빠 두 명이 먼저 다가와 튼튼이와 놀아주고 싶다고 했다. 

튼튼이도 내심 언니 오빠를 좋아해서 넷이 꽃 따고 뻥튀기 나눠먹고 시소도 타고 신나게 놀았다. 

튼튼이는 언니와 오빠를 보내고도 어둑어둑해져도 집에 돌아가려 하지 않아서 옆 놀이터까지 가서 놀다 왔다. 

아가는 내가 그날 자신에게 온 마음을 다해 놀아주고 돌봐주었는지 정확히 안다. 표정에서 바로 나타난다.

오늘 튼튼이는 나를 아주 사랑스럽게 쳐다보며 잠들었다. 


내가 자려고 누워있으니

남편이 미안한 얼굴을 하며 

튼튼이를 위해 만든 물통주머니와 리폼한 원피스를 보여준다. 

오늘 내내 참 얄밉기도 했지만, 그래도 양심은 있는 사람이군! 하고 웃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지금 글 쓰기 전에 방을 치웠다. 

화는 수용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잘 씻고 잘 치우고 하는 것이 내 안에 화를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하루에 하나씩 그래도 나에게 나름 의미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지


# 오늘 좋았던 일

튼튼이 낮잠 잘 때, 파스타 먹고 배부른 채로 햇빛 받으면서 집까지 걸어온 1시간

치워야지 치워야지 했던 내방을 치운 일 

어린이집 타임을 이용해서 친한 육아동지 맘과 브런치를 먹은 일 


# 해보고 싶은 일 

초록마을 가서 제철음식 사서 아기와 건강하게 밥 먹기 

갑상선 암 수술 전에 승모근 푸는 운동, 마사지 많이 하기 

꽃 시드는 게 싫지만 너무나 하고 싶은 꽃구독 

아이클라우드에 쌓여있는 사진 정리 


# 찾아야 되는 물건 

갤럭시 무선이어폰 한 짝, 친정집 카드키, 그림 그리는 패드 펜

언젠가 나오겠지? 오늘 청소할 땐 못 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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