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감탄하는 것
아주 좋은 5월의 봄이 계속되고 있다. 통영을 다녀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침마다 걸어서 출근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행과 산책 덕분에 이번 봄은 정말 넉넉하게 누리고 있다. 나는 아주 뿌듯하게 '이번 봄은 길고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다.
봄꽃들은 정말 대단했다. 처음에는 오류 IC 근처의 산수유가, 그다음에는 도림천의 개나리와 벚꽃이, 그다음은 철쭉과 라일락이, 낙동강변의 아카시아, 그리고 지금은 개망초와 장미가 만발했다.
봄 아침과 여름밤을 좋아한다. 장미가 피어나는 계절이 딱 그 중간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그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욱 빨라진다는 사실에 가끔 놀라고는 한다. 새해 작심삼일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봄이 오고, 나의 생일과 어버이날을 보내고 나면 여름이, 휴가를 다녀와 까맣게 탄 얼굴에 적응이 될 무렵엔 가을이, 그러다가 한 해를 어떻게 보내었지, 하는 의문으로 가득 차는 겨울밤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을 따라잡을 수 없다. 바쁘고 열심히 살면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바쁠수록 시간도 빨리 사라져 버린다.
계절을 가장 길고 깊게 느끼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보고 감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고 감탄할 때 우리는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