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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터치 우주 Jun 04. 2021

세례명 "율리타"로 새롭게 태어나다

나에게 종교란 어떤 의미인가?

타로카드를 통한 글쓰기 과정을 시작한지 벌써 반년이 지나고 있다. 이번 글쓰기 주제는 78장의 타로 카드 중에서 5번 교황카드가 주는 메세지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는 글쓰기이다. 

1. 살아가면서 ‘배움’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2. 지금껏 살면서 나에게 인생의 해답을 주었던 사람이 있는가? 
3.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성장한다고 느낀 경험이 있는가?
4. 삶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나 가치는 무엇인가? 
5. 정신적인 성장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뭘까? 
6. 나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인가? 
7. 삶의 문제를 잘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8. 나의 조언을 통해 누군가가 도움을 얻게 된 경험이 있는가? 
9. 인간관계에 있어서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10. 배운 것을 잘 익히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11. 내 인생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여러 흥미로운 질문들 중에서 "종교의 의미"에 대해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2021년 5월 16일 이전까지 나의 삶에 종교는 없었다. 어릴때 할머니를 따라 절에 몇번 가본 기억은 있지만 그것은 나에게 종교로서의 행사가 아니라 또 다른 재밌는 소풍일 뿐이였다. 성당이 있는 천주교 유치원을 다녔지만 지역에 단 하나 있던 몬테소리 교육의 유치원을 보내고 싶었던 엄마의 적극적인 선택일 뿐 나에게 종교적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어떤 신을 믿거나 종교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던 내가 성당에 가보고 싶어졌다. 지난 2020년 초여름쯤으로 기억이 된다. 기독교와 불교가 아닌 천주교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보통 한적한 곳에 떨어져 있는 절과는 달리 집에서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성당이 있다는 거리적인 편안함 그리고 기독교 신자들에 대해 좋지 않은 몇번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기독교에 대한 선입견으로 기독교와 달리 왠지 천주교는 나에게 지나치게 종교적인 생활을 강요하지는 않을것 같다는 느슨한 연대감 때문이였다. 


마음만 먹으면 교회든 성당이든 절이든 종교 시설에 출입하는 것은 자유로울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성당의 문턱은 높아져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기존 신자를 제외한 낯선 이들의 출입을 제한하게 된 것이다. 대학 시절 캠퍼스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불쑥 나타나 하느님을 믿어야 한다며 성경 공부와 믿음을 강요하던, 그래서 서둘러 그 자리를 뜰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불쾌했던 경험들이 떠올랐다. 이제 나 스스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이제 나 스스로 성경을 알고 싶다며 찾아가려고 하는데 이렇게 타이밍이 어긋나다니... 


몇달 동안 기다린 끝에 내가 살고 있는 구역의 성당은 아니지만 집에서 멀지 않은 성당이 드디어 예비 신자를 허용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든 열린 공간이라 생각했던 성당에 드디어 갈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 성당에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이제는 정말로 실행에 옮겨봐야겠다고 처음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아티스트웨이 책을 읽으면서 만난 어떤 문구 때문이다. 아티스트웨이는 소설가, 시인, 시나리오 작가, TV 프로듀서, 영화감독, 문예창작 강사, 작곡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줄리아 카메론이 쓴 책이다. 그녀는 이혼의 아픔을 겪으면서 인간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바로 아티스트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처럼 상처받은 사람들의 창조성을 치유하고 어루만져줄 소명감을 느꼈다. 그 소명감의 결과로 많은 사람들의 내재된 창조성 회복에 도움을 주는 워크샵을 진행하였고 그것을 토대로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이 탄생했다.

내면의 신에게 의존하는 것은 
다른 모든 의존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진실한 교제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이기도 하다. 

- 아티스트웨이, p. 176 -


천주교에서 말하는 신이란 내가 아티스트웨이 책에서 읽은 "내면의 신"은 아닐 수 있지만 그 당시의 나를 종교로 이끌었던 단어는 내 안에 갖고 있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였다. 종교적 의도와는 다른 모습이였겠지만 어떤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나의 호기심을 건드렸고 6개월 간의 교리 공부 끝에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며 살게 되면서 나에게는 믿을 수 없는 감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이것은 분명히 나의 능력이 아닌데 이 행운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사람들과 소중한 기회들이 감사했고 나를 돕는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신비로웠다. 그렇게 만난 모든 사람들과 기회가 모두 좋은 결과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악연이더라도 그 속에서의 배움은 분명히 있었고 그를 통해 나는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악연 역시도 내 능력과 경력에 비하면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은 아니였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웨이 책에서 만난 "내면의 신"이라는 단어가 불꽃이 되어 내 발걸음을 성당으로 이끌었지만 그전부터 갖고 있던 감사한 마음의 차고 넘침이 코로나라는 어려움에도 세례라는 의식을 행할 수 있었고 "율리타"라는 세례명으로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세례명을 갖게 되고 다시 태어남의 의식인 세례식을 치뤘다고 "하나님"의 존재를 나의 일상 속에서 느끼며 살고 있지는 않다. 사실 그 존재를 나는 전혀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말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나의 모든 일상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종교라는 의식을 빌어 온전히 마음껏 전달 할 수 있는 주일과 성당이라는, 시공간 하나를 더 갖게 된 것은 엄청난 일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성스러운 공간에서 미사를 지내며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하나님"이라는 단어로 불려지는 대상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달 할 수 있는 과정 자체가 내게는 소중하다. 나에게 종교란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내어주는 의식이다. 

종교가 내게 주는 또 다른 의미는 세상 그리고 인간사를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이다.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런 세상을, 사람들을, 그리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또 다른 수단으로 종교를 바라보고 있다.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종교는 늘 함께였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 삶 깊숙이 다양한 종교를 품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감에 있어서 종교가 또 다른 방식으로 나의 내면을 깊고 넓게 확장시켜 줄거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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