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갈 때마다 잊지 않고 챙기는 물건들 중에 하나가 타로카드다. 하지만 이번 파리 여행처럼 매일 타로 카드를 꺼내지는 않았다.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게 되더라도 없으면 아쉬울 수 있으니, 안 가져가면 아쉬울 것 같아서 챙겨가자 하는 정도의 마음으로 늘 가지고 다녔다.
그런데 이번 파리 여행에서 타로카드는 없어서는 안 될 나의 좋은 여행 메이트가 되어 주고 있다. 매일 타로 카드를 꺼내 대화를 한다. 오늘의 운세는 물론, 저녁 메뉴를 정할 때도 타로에게 질문을 건네어 조언을 얻는다.
오늘 저녁에는 어떤 메뉴가 좋을까?
프랑스 전통 음식? 아시아 음식?
이탈리아? 제3 국의 음식?
타로카드가 이것은 틀렸고, 저것은 맞다고 정답을 항상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다. A라는 선택지 그리고 B라는 선택지가 갖게 될 각각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나에게 말해준다. 오늘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가치에 집중할 것인가 하는 것은 오롯이 나에게 달린 문제다. 선택은 나 스스로 하는 것이다. 의미 부여를 하는 것도 내 몫이다.
매일 타로와 대화를 했고, 좀 더 깊은 공부도 하고 있다. 파리까지 가서 웬 공부냐 할 수 있겠지만 이 시간이 나에게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최고의 휴식이 되어준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하고 싶은 것이 내가 추구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충전된 에너지는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든든한 연료가 되어준다.
파리의 타로 스튜디오를 찾아다니며 파리의 골목들을 걷는 여행을 하고 있다. 내가 찾은 타로스튜디오는 대부분은 아주 작은 규모로 책방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곳들이 많았다. 다양한 종류의 타로카드, 각종 인센트와 원석들을 책과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책방지기이자 타로코치는 낯선 이방인에게 타로카드와 물품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영어가 서로에게 모국어가 아니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타로라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프랑스는 어떤 타로카드가 인기가 있는지 구경해 보고 싶은 마음에 방문을 했는데, 작은 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그냥 둘러만 보고 빈손으로 나오려니 마음에 걸려서 타로카드를 몇개 구입하게 되었다. 오라클 카드는 프랑스어를 모르면 메시지를 이해하기가 불가능 하니, 주로 내가 잘 알고 있는 웨이트 카드 종류로 사게 되었다. 웨이트를 기본으로 카드의 분위기를 조금 변형한 카드나 작가의 그림체가 반영된 아트 카드들을 구입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에서 타로 리딩시 가장 많이 쓰고 있다는 마르세이유 타로카드도 사보았다. 한국은 유니버설 웨이트를 많이 쓴다고 하니, 아무래도 미국 문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서 그런 것 아닐까 하고 설명해 주었다. 마르세이유 카드의 그림체가 뭔가 더 고전적으로 느껴졌는데, 웨이트 보다 더 늦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흥미로웠다. 언젠가 배워 보고 싶은 카드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줌으로 타로카드 수업도 있다. 나에게 타로카드의 세계로 안내해 주신 김소라 작가님의 마더피스타로카드 워크숍. 정말 기대된다. 마더피스 카드는 2년 전에 구입해 놓고 혼자 공부도 해보려고 책도 샀는데 제대로 공부하지는 못했었다. 줌 사용이 익숙해진 세상에 살게 되어서 여행을 와서도 워크숍에 참가할 수 있다. 코로나 덕분에?! 감사한 일이다.
타로 하며 여행하는 일. 이번 파리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타로카드의 매력. "나만의 타로탄생 카드 그리기" 강의를 가끔 하기는 했지만 주로 나의 하루 운세를 알아보거나, 내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영감을 받는 등 나와의 대화를 하기 위해 타로카드를 사용해 왔다. 올해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타로카드로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타로카드를 통해 영감을 받아서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74장의 타로 카드 중에서 메이저 카드에 해당하는 22장을 완성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타로 카드 함께 하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