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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빈 May 17. 2024

가족을 살리는 사람

나는 예민한 편이라 잠을 잘 못 잔다. 작은 소리에도 깨고 자세, 냄새, 소리, 촉감 등등 여러 요인들이 잠들기가 어렵다. 그날의 잠이 오는 자세를 찾아야 잠이 오고, 잠이 잘 오는 베개를 둬야 하고, 잠이 오는 수면 음악과 너무 어둡지도 너무 환하지도 않은 수면등을 켜고 잠이 들기 위한 조건들이 많이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숙면을 잘 못하는 건지 피곤해하는 날이 많은 편이라 잠을 잘 자는 사람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잠이 바로 오지 않는 나 자신이 때론 답답하기도 했다.

단순 불면증이라기보단 잠든 이후에도 잘 깨는 예민도가 높다.


그런데 이런 얘길 하면서 예민함이 불편하다고 했더니 어떤 어르신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가족을 살리는 사람인 거네~"


무슨 말인가 싶었다.

"네? 가족을 살리는 사람이요?"


"그렇지~ 자다가 연탄가스가 새거나 불이 나거나 전쟁이 나거나 지진이 나거나 무슨 일이 있을 때 남들은 그 상황에 그런 상황인지도 모르고 잘 자는데 예민한 사람들이 냄새에 깨고 소리에 깨고 온도변화에 깨고 진동에 깨고 그렇게 제일 먼저 깨서 다른 가족들을 깨워서 살리잖아. 예민한 사람들이 가족을 살리는 거야. 불이 나면 먼저 깨서 '불이야~!!' 소리치며 다른 집 사람들도 다 깨워주는 사람인거지. 위급한 상황에서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도 살리려고 예민한 거야."


그렇게 듣고 보니 그런가 싶기도 해서 예민함이 썩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머리만 대면 바로 푹 잠드는 우리 남편을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깨워야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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