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업에서 기초과정을 하는 분들은 이론+기술을 익히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명암을 넣기 위해 빛을 이해하고 훗날 실수를 예방하기 위한 좋은 습관을 만들고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중급과정은 배운 것들을 응용한다.
전 과정을 끝낸 오래 배우신 분들은 자유창작과정을 하는데 말 그대로 이젠 모작이 아닌 자유롭게 창작을 한다. 창작단계에선 난 관여하지 않는다.
"눈이랑 손을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기초하는 분들 입장에선 얼른 뭔가 멋진 걸 그리고 싶어 하지만 막상 그 기초~중급 과정을 다 끝내고 창작을 하는 분들은 "그림이나 사진 보고 모작할 때가 편한 것 같아요. 내 것을 만든다는 건 머리가 아파요."라고 하신다. 초반엔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지지 않는 손이 답답하지만 나중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머리가 답답해진다.
피카소는 말했다.
"나는 라파엘처럼 그리는데 4년이 걸렸고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테크닉은 어른인데 생각은 아이처럼. 결코 쉽지 않다.
그림을 처음 배울 때는 이미 있는 레시피대로 만드는 요리처럼 이론을 익히고 다양한 모작을 하면서 테크닉이 향상된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모작에서 더 나아가서 자신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듯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간다. 이것이 창작이다.
모작과 창작의 차이는 모작은 사진이나 그림 등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그려내는 것이고 창작은 자신만의 창작적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라고 되어있다.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것이 창작물이고 그러한 창작물이 저작물로 인정이 된다. 창작물은 그리는 사람의 의도가 있다. 베껴 그린 모작은 창작물이 될 수 없고 저작물도 될 수 없다.
내가 그린 그림 = 창작 x
내가 그린 창작적 요소가 들어간 그림 = 창작 o
그래서 창작은 자신만의 사상이나 감정을 담은 시그니처 메뉴인 거라서 머릿속에 있는 것들과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손끝에서 자유롭게 꺼낼 수 있는 단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