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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진호 Jun 11. 2015

반 고흐가 광기의 화가라고?

<반 고흐, 영혼의 편지>(신성림 지음)를 통해 지식인 반 고흐를 보다.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반 고흐)

 

                               

반 고흐에겐 으레 '비극적인 삶, 광기의 화가'란 수식어가 따른다. 평생 가난과 고독과 질병에 시달린 삶, 고갱과 다투다가 귀를 잘라버리고, 불쌍한 매춘부를 도우려고 결혼하는가 하면, 발작 중에 유화물감 튜브를 빨아먹기도 했다. 잦은 발작에 시달리다 못해 끝내 권총으로 생을 마감한 일생이 그런 수식어를 낳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수 많은 편지들(668통) 중 일부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반 고흐가 미술과 삶에 대하여 얼마나 분명하고 엄숙한 태도를 가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삼엄한 이성의 통제 없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위대한 일이란 그저 충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속되는 작은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이루어진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힘든 노동과 딱딱한 계산을 병행하는 일이다."                               

 "어느 정도 명성을 얻게 된다 해도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이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상을 변형하고 재구성하고 전환해서 그리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 '부정확성'을 배우고 싶다. 융통성없는 진실보다 '진실한 거짓말'..."                               

 "파리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절망에 빠지겠니? 조용히, 합리적으로, 논리적으로, 그리고 정당하게 절망하겠지."           


반 고흐를 가장 잘 이해했을 동생 테오의 말이다.  

                               

 "형의 지식과 세상에 대한 명석한 시각은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다...형은 항상 남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다"             


 테오는 평생 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작품활동의 후원자였다. 반 고흐는 늘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채무감에 눌려 살았다. 경제적 무능력자인 형을 지지하고 후원하는 동생의 감동어린 편지를 읽으면서 나도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돈 문제는 염려하지마... 분명 형은 살아있을때 성공을 거두게 될거야"  작품을 해야 하는데 경비가 없고, 더 달라기는 미안하고, 작품이 안 팔려 갚을 길은 없고, 그렇다고 쉽게 팔릴 대중적인 그림은 그릴 수 없는 반 고흐의 심정이 편지 곳곳에 묻어난다.

                               

"네가 보내준 돈은 꼭 갚겠다. 안 되면 내 영혼을 주겠다."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이 붓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쓰레기같은 그림이냐는 말을 듣더라도 진실하고 정직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화가로서 10여년 남짓한 짧은 기간동안 879점의 작품을 남긴 빈센트, 농민을 그리기 위해서 농부가 되고자 했던 치열한 삶, 다른 화가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평생 고민한 인정 많은 사람, 작품활동 내내 가난과 질병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렸던 불운의 예술가, 불멸의 화가!


 그의 편지를 읽지 않고 그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했다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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