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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Mar 04. 2019

문자의 아름다움

When do words become arts?

문자의 아름다움

When do words become arts?



언제부터인가 백화점의 화장실 안에는 예술작품을 카피한 조그만 액자를 이용한 인테리어가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그 날 제 눈에 들어온 액자는 오래된 책의 한 페이지위에 뭔가 이미지를 겹쳐서 프린트를 하는 Old dictionary art형태의 작품을 흑백으로 카피한 그림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같은 백화점의 화장실을 이용하셨더라면 본 기억이 나실 것 같습니다.


1960년대를 기점으로 '개념 미술'이 본격화되면서 글자 그대로 text를 이용한 예술작품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2013년 런던 tate modern에서는 "When do words become arts?"라는 제목으로 관람객의 반응을 보는 기획도 열렸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을 기획 전시하면서, 이 기획전을 보러 온 사람들이 When do words become arts? 란 질문에 자신만의 답변을 올릴 수 있게 한 것이었습니다.


https://www.tate.org.uk/context-comment/blogs/tate-debate-when-do-words-become-art

Tate Debate: when do words become art? | Tate

www.tate.org.uk


 이 링크를 열고 들어가 보시면 좀 더 다양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테이트 모던이 소장하고 있는 텍스트를 사용한 작품들을 찾아보니,  1922년 Francis Picabia "The Fig-Leaf"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있습니다.




 '개념미술'의 등장으로 드디어 우리는 문자가 가진 예술성을 느끼기 시작한 걸까요? 최근에는 문자는 미술의 주요 도구로 인식되고 있고, 디자인 등의 영역으로 활발하게 폭을 넓히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패션에서의 사용도 유행이 되고 있고요.


서두에 백화점에 걸려 있는 카피 작품으로 얘기로 시작했는데, 그렇다면 오리지널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Fab Funky라는 예명을 쓰는 영국의 interior art작가입니다. 초기에는 200년 이상된 앤틱 백과사전을 분해해서 그중에 상태가 깨끗한 페이지 위에 자신이 작업한 이미지를 판화 형태로 만들어 내곤 했습니다. 그래서 판화이지만 같은 이미지를 다른 배경위에 작업하게 됨으로써 모든 작품이 동일할 수 없는 (같은 백과사전을 사용하지 않아서 모든 페이지는 틀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유니크함이 있었습니다.


 런던의 사치 갤러리 아트샵에서 판매를 하며 유명세를 탔는데,  아마존 등에 많은 유사품들이 등장하면서 작가 본인도 비용이 많이 드는 오리지널 백과사전 종이가 아닌 스캔받은 이미지 위에 작업을 시도하기 시작합니다.


 200년이 넘은 오래된 종이를 직접 소장하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즐거움이 컨셉을 따라 하는 베끼기 명수들 덕분에 사라지고 말게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그 싸구려 카피 제품이 한국의 백화점 화장실에 까지 마구 걸리게 되니, 이제는 작가가 최초 시도했던 아이디어의 독창성마저 흐려지게 된 것 같은 아쉬움이 많습니다.


영국에서는 문자를 사용한 또 다른 독창적인 art 상품이 있습니다. '철자 기호의 수는 25개다'라는 보르헤스의 원리처럼 문자의 기본인 철자들이 사용되는 가장 종합적이면서 궁극의 예는 바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해체해서 (당연히 보르헤스와는 다른 관점으로) 재구성하여 멋진 art poster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어떤 이미지인지 궁금하시죠.




 이 멋진 포스터는 책의 모든 문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문자만을 사용해서 재구성해냈습니다.

영국의 spineless classic이란 회사의 엄청난 성과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한 편의 책을 벽면에 걸어 둘 수 있는 멋진 일이 벌어진 거죠.





당연히 출판사 또는 작가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상품들이다 보니 해리포터 시리즈도 있었습니다.


( 계약 갱신을 하지 않아 더 이상 신상품으로는 구입이 어렵고 e-bay를 뒤지면 이전에 판매했던 것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책의 길이에 따라 포스터의 사이즈도 다양하게 나오고, 책의 내용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도 상당히 독창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안타까움이 생깁니다. 또 따라쟁이들이 나와서 저작권이 상관없는 오래된 작품들을 가지고 컨셉을 카피하는 회사들이 생겨납니다.






 시도는 좋았지만 퀄리티가 너무 조잡합니다. 오리지널 회사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 포스터가 어떤 책인지 훨씬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말이죠.


예술과 상업의 경계선 상에서 이런 좋은 아이디어들을 만들어 내는 작가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글_아트렉처 에디터_훈수의왕


Artlec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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