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아름다움이 그 기준이라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실용성이 기준이 된다고도 한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색다른 주장을 펼친다. 그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우리의 삶과 직접 연결된 것이다. 그는 돈을 받고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디자이너란 직업이 마음에 든 이유는 그것이 홀로 하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과 협업한다는 점이었다. 그에게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그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는 그의 진심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설적이면서 시간성이 함유되어 있는 광고들을 만들어 낸다.
그를 가장 유명하게 해준 작품은 그가 자신의 몸에 칼로 글자를 새겨 넣은 광고였다. 그 광고는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에 대해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하나의 작품에 얼마나 큰 창작의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준다. 그는 동전이나 바나나를 가지고 우스꽝스러운 타이포그라피를 만들기도 한다. 얼핏 보면 텍스트를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기만 한 것 같은 그의 작품들은 굉장히 직설적이면서도 유쾌하다. 사그마이스터는 단순히 기교를 부린 작품들은 차갑게만 느껴지며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서 어떤 것도 끌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꾸밈이 없어 독창적이고도 파격적인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의 작품은 대중과의 접촉 시간을 길게 해서 작품에 몰입하도록 했다. 바나나 프로젝트나 동전으로 만든 작품 모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일종의 이벤트가 발생하며 순간마다 달라지는데 이 모두 그의 작품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순수 예술가인 마크 로스코와 닮아있다.
로스코가 형태를 배재한 색만으로 그림을 그려낸 이유 역시 관람자에게 원초적인 감정들을 직설적인 방법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로스코 역시 관람객들의 작품에 대한 몰입을 중시했으며, 그의 작품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하게 하는 것을 꿈꿨다. 그 둘이 상대의 심장을 뛰게 하는 작품을 추구했던 것은 음악에 대한 관심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로스코는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을 하며 음악이 상대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처럼 그 역시 그림을 통해 상대에게 감정을 전이시키고 싶어했다. 사이마이스터 역시 음악과 디자인이 그의 삶을 즐겁게 하는 요소라고 꼽으며, 어린 시절 음악과 CD 디자인 같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 둘의 차이 역시 극명하다. 로스코가 심오하면서도 우울한 작가라면, 사그마이스터는 유쾌하면서도 행복한 디자이너다. 그 차이는 작품의 원동력에서 비롯된다. 로스코가 비극적 경험이 예술의 원동력이 된다고 본 반면, 사그마이스터는 행복을 추구하며 그의 다자인에 담아내려 한다. 그는 7년을 일하고 안식년을 가지는 독특한 작업방식을 통해 삶의 행복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그 1년의 시간에서 다음 7년동안의 작품 아이디어를 모두 얻는다. 그는 1년동안 자신이 목록을 작성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얻은 생각과 감정들을 일기로 담아두었다가 프로젝트에 사용한다. 그의 일기는 그의 작품의 모태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사그마이스터는 자신이 느낀 생각과 감정들을 정리해 자신만의 언어로 우리에게 다시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 과정이 독창적으로 느껴지는 이유 역시 그가 기교를 없애고 진심만을 전달하려 노력하기 위해서며, 그가 이야기하는 진심은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그는 슈퍼 디자이너가 되었다.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다.
아트렉처 에디터_조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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