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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Jul 04. 2019

생생한(生) 빛(光)의 향연

-박생광-

박생광展

2019.5.26 ~ 2019. 10.20 

대구미술관 2, 3 전시실

https://artlecture.com/article/859


박생광은 190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일본 교토예대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화려한 작품 활동을 펼쳤던 한국 근현대 화가이다. 1945년 광복 이후로는 한국으로 돌아와 홍익대학교, 경희대학교 등에 출강을 나가며 학생들을 가르쳤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개인전을 여는 등 크게 이름을 알린 화가이다. 


대구미술관의 설명에 따르면 박생광은 한국 민족성을 예술로 드러내기 위해 민화, 불화, 무속화 등에서 발견한 이미지들을 전통 오방색의 화려한 빛깔로 화폭에 담아낸 작업을 통해 한국 채색화의 현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라고 한다.


대구미술관이 소개해 주었듯, 우리 궁궐의 단청이나 불화에서 진한 색들, 특히 원색에 가까운 색들이 쓰인 작품을 많이 만나게 된다. 박생광의 작품은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데, 그가 우리 민족성과 전통신앙을 체화(體化)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두 전시실 사이의 공간에서, 박생광의 인생 전반을 살펴볼 수 있다. 간단히 그의 생애를 머리에 넣고 왼쪽으로 돌아서면 '풍경과 드로잉'이라는 주제를 가진 3 전시실로 들어서게 된다. 그의 드로잉과 풍경화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는 어떠했으며, 그의 수묵화는 어땠는지를 볼 수 있다. 이는 2 전시실에서 이어지는 박생광만의 독특한 면모와는 상반되는 한국 근현대 회화의 일반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2 전시실은 <민화에서 찾은 소재>, <꽃과 여인, 민족성>, <민족성의 연구>, <무속성에서 민족성 찾기>의 4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좌 용(Dragon),  박생광  우, 백자철화운룡문입호(보물 645호)



<민화에서 찾은 소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소재는 소이다. 3 전시실에서 보았듯 소를 드로잉 해놓기도 했고, 채색화로 소를 표현하기도 했다. 민화에는 소뿐만 아니랄 개, 고양이, 호랑이 등 짐승들과 풀, 꽃, 벌레 등 다양한 대상이 소재로 채택되는데, 박생광은 특히 소에 매력을 느꼈나 보다. 개인적으로 내가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소가 아니라 용인데, 저 용을 보는 순간 백자철화운룡문입호에 그려진 익살스럽고 조금은 왕실의 일그러진 형태를 보여주는 용이 떠올랐다. 위엄 있는 용이라기보다 깜찍하고 화려한 박생광의 용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꽃과 여인, 민족성>에는 꽃, 여인, 민족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인이 그려진 작품도 너무나 아름답지만, 특별히 꽃 그림을 사진으로 가져온 이유는 박생광 만의 꽃 표현이 매우 독특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꽃 그림이란 은은하고 담백한 색채가 쓰였을 때 예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아는 튤립이나 개나리 안개꽃 등은 분홍, 노랑, 하양 등 파스텔 톤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의 근현대 회화전'에서 보았듯이 근현대 회화에서도 파스텔 톤을 적극 표현하고자 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생광은 꽃에도 오방색에서 따온, 단청에서 쓰인 듯 한 색감을 적용했다. 심지어 밑그림을 주황색으로 그리고 그 안에 색감을 넣었는데, 서로 보색 관계인 주황색과 파란색이 만나는 부분은 더 신비롭고 아름다운 느낌을 준다.





<민족성의 연구>에서는 민족성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춘 작품들이 있다. 청담스님은 박생광의 어릴 적 친구인 이찬호이자 한국 현대불교의 거목이다. 이는 박생광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되었다. 박생광은 청담스님의 영향으로 우리 민족성을 대표하는 종교라고 말할 수 있는 불교를 소재로 택하고, 불화나 단청색 등의 요소를 자신의 그림 안으로 끌어오게 된다. 


  


마지막 섹션인 <무속성에서 민족성 찾기>에서는 한국의 무속신앙을 주제로 한 그림이 펼쳐져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가 택한 색, 기법, 소재들이 한데 어우러져 황홀감을 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굿을 하는 모습은 박생광이 굿의 목적과 과정, 방식을 모두 이해하고 그렸다고 보아도 될 정도로 그림에 잘 녹아 있다. 무속인의 하얀 얼굴과 화려한 옷, 악귀로 추정되는 것을 밟고 있는 모습 등에서 생생함과 신비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글_아트렉처 에디터_정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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