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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Jul 26. 2019

상상을 현실로 만든 Erik Johansson

에릭 요한슨 Impossible is Possible 리뷰

상상을 현실로 만든 에릭 요한슨

에릭 요한슨 Impossible is Possible 전시 리뷰

https://artlecture.com/article/911


제 작업은 주로 장소를 포착하는 것이지만 이곳은 존재하는 장소보다는 저의 상상 속의 장소에 가깝습니다. 생략. 저는 저의 상상력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이미지를 채우고 우리가 사는 세계와 흡사하지만 조작되어 있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통하는 창문 같은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에릭 요한슨 전시 설명 중에서



글을 쓰다보면 틀에 박힌 생각 때문에 새롭게 생각하는 게 어렵고, 스토리에 한계까지 느낀다. 그때 에릭 요한슨 Impossible is Possible 전시를 추천받았다.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고, 같은 작품에도 각자 상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 점을 추천 이유로 말했다. 어렸을 땐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묻곤 했는데, 이젠 묻지도 않는다. 궁금한 걸 궁금한 채로 놔둔다. 그냥 이렇구나, 저렇구나 라고 생각할 뿐. 모든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 점을 에릭 요한슨 덕분에 알게 됐다. 이 전시를 보고 나면 구름이 양털로 보이고,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바닷 속 세계가 보인다. 




어릴 적 상상꿈꾸던 미래


                    

어렸을 적에 풍선을 타고 날아간다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바보 같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는 이 불가능한 상상들이 뭐든 가능할 것만 같았다.
- 에릭 요한슨 전시 설명 중에서



왼쪽 사진은 하늘로 보내는 우편이다. 전화나 문자 혹은 톡을 통해 빠르고 쉽게 소통할 수 있으니 편지 쓸 일이 없다. 만약 우체통에 넣은 편지가 하늘로 배달된다면? 어떤 사람은 보고 싶다는 편지를 쓸 것이고, 어떤 사람은 범인이 누구인지 묻거나 혹은 어떤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며 몇 년이 지나 겨우 편지를 쓰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땅 위에 있는 사람과 하늘 위에 있는 영혼과의 대화라니. 하늘의 세계가 바빠 보이는 동시에 따뜻해 보인다.
 

사진이 잘리긴 했지만 오른쪽 사진 아래는 낭떠러지다. 옆에 헬륨 풍선이 여러 개 있는데 왜 하나만 들고 길을 건너는 걸까? 위험해 보였지만 사진 속 남자의 복장과 걸음걸이는 씩씩해 보였다. 자세히 보면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져 있다. 초록불이고 풍선을 여러 개 들고 건너면 안전하게 건널 수 있지만 사진 속 남성은 하나만 선택했다. 불안정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실패할 확률도 높다. 다만 당찬 걸음걸이로 보아 자신만 믿고 건너는 것 같다. 무사히 잘 건널 수 있길. 



이 사진을 보자마자 "불붙으면 어쩌려고 저기서 생선을 구워 먹을까?"를 먼저 생각했다. 아이들이라면 어떤 말을 먼저 꺼냈을까? 고기를 잡아서 바로 먹는 것에 대한 신남과 부러움이 있을까? 오른쪽 사진을 자세히 보면 캐리어 끌고 건물 아래를 보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다. 인생을 잘 살아내고 벤치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 또 다른 세계로 여행하는 듯하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거나 누군가를 기다렸다 같이 여행하기 위해 호텔 투숙객이 많이 있을 것 같다. 삶을 마무리할 땐 어떤 생각하면서 눈을 감을까?


 


너만 몰랐던 비밀


                    

달의 모양을 매번 바꿔 주는 서비스가 있다. 구름은 양털을 깎아 하늘로 올려 보낸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런 게 어디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고 할 것이다. 에릭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이 과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일까? 이젯 밤 책상 위에 놔둔 줄 알았던 열쇠가 코트 주머니 안에 있는 게 과연 건망증 때문일까?
- 에릭 요한슨 전시 설명 중에서




 

트럭이나 포클레인을 보면 "이번엔 또 어떤 멀쩡한 건물을 부실까?"를 먼저 생각한다. 자연 속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오염을 예측하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길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 밤 낮 바뀌는 것 역시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누군가가 밤낮 시간에 맞게 벽지를 바꾼다고 생각하면 귀엽다. 이런 새로운 시각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늘 밤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제일 좋았던 두 작품이다. 풀문 서비스로 달의 전체를 책임진다는 회사에서 달을 하늘로 배달한다. 에릭은 작품을 스케치하고 모델과 소품을 준비해서 사진 찍고 합성하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 달 옆에는 작품 과정 동영상과 스케치 과정을 볼 수 있다. 포토샵 레이어가 보통 150개라는데 많은 디테일을 고려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차 내부에 있는 달의 과정을 보면서 회사에서 달 배달 이외에 어떤 일을 할지 상상하게 한다. 도구들로 달을 톡톡하고 쳤을 때 어떤 소리가 날지, 직접적으로 달을 손으로 만질 때 차가울지 따뜻할지 등 까지. 

양털을 잘라서 하늘로 보낸다. 지금은 흰 양 털을 자르고 있지만 그 옆에는 검은 털을 가진 양이 대기하고 있다. 곧 먹구름이 낄 거라 생각하니 너무 귀엽다. 구름 볼 때마다 솜 같다고 생각했고, 솜사탕 맛이라고 상상했는데. 



경각심을 주는 작품도 많았다. 특히 왼쪽 작품은 조금만 더 깎으면 바다로 쓰러질 것 같다. 건물에 있는 사람은 자신들이 위태로운지 모른 채 바다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 닥칠 앞날을 보지 못한 채 땅을 깎아 건물로 올려 보낸다. 위태로운 모습이 지금의 지구를 보여주지 않나 싶다. 오른쪽 작품 역시 바다에 있는 섬마저 사람이 사는 동네로 만들어 물고기가 설 자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물고기를 왜 사람보다 크게 그렸을까? 살 곳을 잃은 물고기 눈과 그 생명체를 제대로 보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물고기 등이 점 점 굳어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 갇혀서 답답해 보이고.  




어젯밤 꿈


                    

반복에 반복, 아무리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고, 어떻게 든 빠져나가려 해도 빠져나갈 수 없다. 이건 꿈인가 현실인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생생한 꿈도 깨고 나면 잊어버리기 마련이지만, 악몽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우리의 악몽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작품으로 만든다면 이 작품들보다 더 소름 끼치는 작품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 에릭 요한슨 전시 설명 중에서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하루에 5개까지 꿀 때도 있다. 갈 길을 잃은 기분, 시간에 쫓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같은 꿈이다. 에릭의 꿈 역시 비슷해 보였다. 왼쪽에 있는 작품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바다에 빠질지도 모르는데 불안해하지 않고 바다를 보는 듯했다. 다가오는 시간을 받아들이는 건가. 오른쪽 역시 길이 있어 보이지만 곧 이상함을 발견할 수 있다. 어딜 가도 막혀 있다. 계단처럼 보이는 트릭까지. 오른쪽에 새와 조명, 계단이 있다. 왠지 오른쪽으로 넘어가면 길이 있어 보이는데 곧 또다시 길을 잃을 거란 걸 안다. 



도슨트를 중간부터 들었는데 이 두 작품을 설명해주셨다. 왼쪽은 사람 머리 뒤로 보이는 게 그림자인지 반사된 것인지의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옆에 있는 나무들을 보면 그림자 같은데 사람 뒤에 있는 건 그림자라고 하기엔 위치가 어색하다. 반사된 것 같다. 사람이 움직이면서 바다 표면에 생기는 파동은 겉에서만 볼 수 있다. 이런 의문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게 파동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난 항상 표현력이 부족했다. 내가 느낀 감정을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은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답답할 때도 많다. 그만큼 고민하고 관찰하다 보면 에릭처럼 표현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 파동 같은. 

오른쪽 작품은 에릭이 건축가의 뇌를 상상하고 그렸다. 구조적인 정면, 측면, 내부 3가지 측면을 볼 수 있다. 창문은 내부를 볼 수 있는 부분이자 외부의 그림자를 볼 수 있기도 하다. 창문 속과 내부에 붙여진 그림들을 잘 보다 보면 여러 생각이 들 수도.


 


조작된 풍경


                    

내 눈앞의 도로가 반으로 갈라지고 내 발아래 바다가 산산조각이 난다. 이런 모든 것들이 내 눈앞에서 일어난다면 뉴스 1면을 장식하고 역대급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초현실주의 작품에서 가장 흔히 표현되는 것들 중 하나가 자연 풍경을 조작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기발한 상상력과 디테일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어색한 부분이 있다면 그 작품은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을 테니 말이다. 에릭의 작품은 모두 작품이 현실인 것처럼 다가온다.
- 에릭 요한슨 전시 설명 중에서





바다가 유리 조각처럼 깨지거나 논이 폭포처럼 흐른다니. 이런 생각은 지금껏 해본 적이 없다. 바다를 얼마나 보고 있어야, 어떻게 생각해야 이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이 무서웠다. 바다에서 놀다가 물먹고 코와 눈이 쓰라렸던 기억 때문이다. 그 뒤로 바다나 계곡에서 놀지 않고 노는 사람을 구경하거나 멍하게 바다를 보곤 했다. 그래서 바다는 보기 좋을 수도 있지만 상처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논 작품도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이 실제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평소에 보던 물레방아가 다른 위치에 있는 것에 시선을 머물게 하고, 그 뒤에 있는 곧 떨어질 것 같은 나무, 그 뒤에 길게 보이는 나무들로 천천히 시선이 옮기면서 사실처럼 느끼게 한다고 한다. 덕분에 상상의 세계가 어쩌면 진짜 일지 모른다고 착각하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이 오히려 가짜일지 모른다고. 토이스토리를 보면 주인이 없을 때 장난감들이 대화한다. 이처럼 우리가 잠들 때, 보지 않을 곳에 다른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무들을 하나의 음악이라고 표현한 점이 좋다. 전깃줄을 음악 악보로 본 사람도 있던데, 관점이 너무 좋다. 바닷 속 생명은 바다 아래 있어서 잘 보기 힘들다. 바다 아래가 아니라 하늘 위에 있다면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있을 텐데.


 

나의 영감은 주변의 사물이나 혹은 "만약?"에서 나온다. 

다른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주변을 관찰하고 여기서 내 상상이 더해지니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가 아직 눈치 채지 못한 세계와 함께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일상이 재미있어 보인다. 주변을 더 두리번거리게 되고. 에릭 요한슨 전시를 본다고 해서 갑자기 상상력이 커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씩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에릭 요한슨처럼 재미있는 상상력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간: 2019.06.05. (수) ~ 2019.09.15. (일)

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글_아트렉처 에디터_송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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