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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Sep 29. 2019

에트루리아 베일에 싸인 국가

고대 로마 이전 시대, 에트루리아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The Etruscans - Rising to Rome

https://artlecture.com/article/1073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 The Etruscans - Rising to Rome

2019.07.09 ~ 10. 27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100년경 까지 이탈리아 반도 중북부 지역에 있었던 에트루리아, 지중해 유역에 자리한 고대국가 에트루리아는 우리들에게는 아직 낯선 곳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특별전 ‘로마 이전 에트루리아’를 통해 에트루리아 인들의 세게관, 종교관, 생활 모습 등을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는 ‘지중해에 가려진 보물, 에트루리아’, ‘천상의 신과 봉헌물’, ‘에트루리아인의 삶’, ‘저승의 신과 사후세계’, ‘에트루리아와 로마’ 5개의 테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 3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미디어 아트로 이루어진 길이 펼쳐진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에트루리아를 만나러 가는 것 같다. 가장 처음 마주한 작품은 ‘반트’ 상이다. 반트는 에트루리아만의 신으로 저승의 신이다. 에트루리아 인들은 신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저승의 신이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죽음은 다가온다는 생각과, 사후세계의 존재를 믿었던 에트루리아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오디세우스와 사이렌이 묘사된 유골함은 우리가 아는 유골함과는 다르게 굉장히 거대하다. 조각은 굉장히 섬세하다. 이 당시에 이렇게 섬세한 조각 기술을 가진 나라가 있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에트루리아는 토착신앙 위에 그리스의 다신 사상을 받아들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역할은 같으면서도 에트루리아만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러한 신들을 모시는 신전들은 에트루리아 곳곳에 세워졌고 의례와 기도를 하고 봉헌물을 바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여러 신을 믿었던 나라답게 신전의 장식 부조들도 많이 남아있었다. 신전의 모양을 한 유골함도 있었다. 다만 실제 신전은 다른 건축물들처럼 그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 로마의 건축가인 비트루비우스의 저서를 통해 에트루리아의 신전 모습을 추측할 수 있을 분이다. 이를 토대로 신전의 파사드를 재현해 둔 전시기법이 인상적이었는데, 덕분에 어느 장식이 어디쯤 자리하고 있었을지 쉽게 짐작이 간다.





여러 신을 믿는 나라답게 점술과 관련된 유물도 있다. 동물의 내장 형태를 관찰하거나, 제비뽑기를 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행해졌던 에트루리아의 점술은 우주와 자연에 깃든 신의 의지를 발견하고자 한 것이었다. '점성술사가 묘사된 유골함 뚜껑'은 머리에 왕관을 쓴 채로 기대 누운 남성의 모습이 유골함의 뚜껑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남성은 손에 동물의 간을 들고 있는데 동물의 내장을 이용해 예언을 하는 점술사이다. 기대 누운 자세가 자연스러우며, 손에 들고 있는 간은 간임을 알고 보면 다소 섬뜩해 보인다. 





이 전시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유물은 '전차'였다. 전차는 최고위 군 통솔자가 사용했기에 이 전차 의 주인 또한 에트루리아의 왕 또는 신분이 아주 높은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은 사람이 사용했던 것이다 보니 전차는 아주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청동과 철은 상감으로 장식하고, 프리즈는 현실 또는 상상 속의 동물이나 전투 장면으로 채웠다. 특히 의자 뒤쪽 장식은 앞서 보았던 조각들처럼 섬세하고 역동적이다. 전차가 가장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이 유물과 시문 된 문양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에트루리아인의 삶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조각은 아주 친숙한 자세를 하고 있다. '석관'은 기원전 4세기 말에서 3세기경에 제작된 석관의 뚜껑이다. 이 조각에서 남성은 좌측으로 돌아 누워있다. 왼손은 머리를 받치고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몸체 쪽에 두고 있다. 옷자락에 가려 보이지 않는 한쪽 다리는 모양으로 짐작컨대 살짝 구부리고 있는 듯하다. 눈을 뜨고 고개는 살짝 위쪽으로 들어 아주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치 우리가 집에서 쉬는 것과 비슷한 포즈이다. 이 남자는 망자로, 몸체 쪽에 놓인 오른손에는 '파테라'라 불리는 잔을 들고 있다. 에트루리아인에게 죽음이란 춤을 추고, 음악을 즐기고, 음식을 나눠먹는 즐거운 자리였다 한다. 저 망자가 취한 자세, 표정이 이토록 편안해 보이는 이유는 조각에 죽음은 두려움도, 고통도 아닌 삶의 일부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지한 에트루리아인의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글_아트렉처 에디터_정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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