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인 거래소, 뉴욕 소더비를 가다
갤러리를 방문하다.
문외한일지라도도, 유명한 작가의 그림이 수십억에 소더비 경매에서 팔렸다는 뉴스를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런던에서 탄생한 소더비 경매, 바로 그 경매장을 나는 뉴욕에서 총 2번 방문했다. 한 번은 소더비 갤러리를 둘러보았고, 또 한 번은 직접 경매를 볼 수 있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2017년 12월에 방문한 갤러리 이야기를 써 보려고 한다.
소더비즈 (Sotheby's)의 전신, 베이커 경매 회사는 몇백 권의 희귀 도서를 처분하기 위해 1744년 런던에서 설립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도서 처리 회사일뿐이었고, 일반적인 미술품 경매를 추구하지는 않았다. 훨씬 나중, 1913년 후반에서야 프랜스 할스의 그림을 9000 기니에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미술품 경매 사업에 진출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지금, 크리스티와 함께 가장 큰 경매회사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2017년에 방문한, '그냥 들어가도 되나?' 싶은 분위기가 있는 건물이지만,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장 모두 대중들에게 공개되어 있다. 갤러리에서는 곧 경매가 진행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고, 날짜와 시간을 잘 맞추어 가면 경매를 직접 볼 수도 있다. 공식 홈페이지 스케줄을 참고하도록 하자.
빌딩 입구 바로 위, 서구 국기들 사이에 걸린 중국 국기는 차이나 머니를 실감케 했는데, 사실 국기 자체는 때에 따라 변경되는 듯하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중국) 문을 열고 들어가자, 호텔 로비 같은 프런트에서 친절한 직원들 현재 갤러리 전시는 4, 7, 10층에서 진행 중이라고 알려주었다.
4층은 18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기록된 책들과 과학 (천문이나 해부학 등) 관련 도구들이 있었다. 말 그대로 수집 가치가 있는 지적 산물들이 모여있었다. 사실 갤러리에서 작품만큼이나 볼 만한 것은 Sotheby’s 앞치마를 입은 하얀 와이셔츠와 장갑의 직원들인데, 미술작품을 관리하는 유니폼인 만큼 전문적이면서도 세련되어 보였다.
7층에는 익숙한 작가들의 그림들이 마구 걸려 있었는데, 확실히 실험적이기보단 집에 걸고 싶은 작업들이 많았다. 키스 해링의 엠보싱 작업과 Claes Oldenburg의 자동차, Jeff Koons, T.L.Solien, Cy Twombly의 드로잉과 페인팅, 그리고 Jonas Wood의 에칭 등을 볼 수 있었는데, 작가들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작은 크기로 상업적 가치 충만한 작업들이 주를 이루었다.
판매가 목적인 전시이기에 그림과 물건들엔 가격표가 있었고, 전시품들은 경매 일정에 맞추어 빠른 주기로 교체되는 편이었다.
10층은 20세기 디자인 주제의 전시인 만큼 살짝 백화점 8층쯤 가면 있을 법한 분위기로 꾸며놓았는데 (가구, 리빙 코너) 이게 뭐지? 싶을 디자인부터 내 집이 있다면 하나쯤 놓고 싶은 가구들까지 놓여있었다. 클래식하게 유명한 의자들부터, 공예 솜씨가 돋보이는 조명등을 볼 수 있었다.
솔직한 평을 하자면, 어느 정도의 예산 안에서 팔릴만한 것들을 큐레이팅 해놓았기에 엄청난 대작도, 실험적이고 영감 충만한 작업은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세계에 두 군데(런던과 뉴욕) 있는 소더비 사무실의 갤러리를 둘러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1층의 와인샵에선 고급 샴페인 브랜드 Krug를 비롯해, 50달러에서 3000달러 사이를 넘나드는 다양한 와인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더 고급지고 희귀한 와인을 찾는다면 소더비 와인 경매를 가보도록 하자.
경매장을 방문하다.
사실 소더비 갤러리와 경매장 모두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가서 작품을 관람하고, 경매를 지켜볼 수 있다. 갤러리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오픈하며, 경매 스케쥴은 공식 홈페이지 캘린더 에서 확인 후 시간에 맞추어 가면 된다. 여기서 경매가 진행되는 도시와 경매 분야를 선택할 수 있고, 보게 될 도시에 따라 뉴욕, 홍콩, 런던, 두바이 등이 선택 가능하다. 관람은 늦게 가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중간에 나와도 상관없으니 시간만 잘 맞추어 가면 된다.
소더비 뉴욕은 주로 화요일 아침 10시와 2시에 경매를 많이 진행하는데, 나 또한 2018년 9월 25일 화요일 2시 경매를 관람했다. Contemporary Painting 이 이번 경매의 주제였고, Mark Grotjahn, Kelly james Marshall, Murakami Dakashi 등 콜렉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페인터들의 작업들이 주를 이루었다. 세간의 이목을 모을만한 작품은 아쉽게도 없었고, 대표작이 아닌 후속작으로 나온 작은 페인팅들이 주를 이루었다.
사실 좀 더 사람들이 꽉 차서는 마구 번호표를 들며 긴장감 있게 경매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막상 가장 바쁜 사람들은 온라인 경매자들의 대리인들이었다.마치 형식적인 일을 처리하듯 착착 가격을 올려가는 모습은 기대한 풍경과는 조금 달랐다.
경매에 참여하고 싶다면 소더비 공식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되고, 이 때에는 자산 증명을 같이 해야한다. 완료된 후엔 온라인 및 오프라인 경매 모두 공식으로 참여 가능하다.
그렇다면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경매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위 그림, '누워있는 나부' 는 소더비 경매상 최고가를 기록한 모딜리아니의 그림이다. 이 그림은 모딜리아니가 그린 누드화 중 가장 큰 사이즈로, 경매 전 작품 추정가 1억 5000만 달러로 역대 미술품 경매 사상 가장 높은 추정가였지만, 2018년 5월 14일 1억 5720만 달러에 낙찰되어 기대만큼의 낙찰가를 올리지 못했다.
이 부분에서 잠깐, 낙찰가가 추정가보다 720만달러나 높았음에도 실망스러운 어조로 표현된 이유는 3가지로 볼 수 있다.
2016년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모딜리아니의 또다른 누드화의 기록 1억 7040만 달러를 넘기지 못했다.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술품 경매 역대 최고가인 4억 5030만 달러에 팔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수 초상화(Salvator Mundi)의 추정가는 1억 달러였다.
가격의 단위가 커질수록, 낙찰가가 추정가를 훨씬 뛰어넘는 일이 흔하다.
단순히 말하자면, 미술품 경매 사상 가장 높은 추정가를 가진 그림이었기에 크리스티에게 기록상으로 밀리던 소더비는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고, 실망스럽게도 예상을 뛰어넘는 낙찰가는 나오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그림은 274년 소더비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고, 소더비는 1800만 달러의 수수료를 가져갔다.
덧붙이자면, 소더비가 수수료를 떼는 비율은 마치 누진세와 같은데, 초반 20만 달러에선 25%를, 20만 달러부터 300만 달러까지는 20%를, 300만 달러 이상부터는 12%를 가져간다.
두번째는 뉴욕이 아닌 소더비 런던에서 벌어진 일이다. 2018년 10월 6일,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뱅크시의 그림, 풍선과 소녀가 100만 파운드에 팔리자마자, 액자안에 설치된 파쇄기가 그림을 자동으로 찢어버리고 말았다. 전화로 작품을 구매한 고객과 경매장의 모두가 놀란 일이었으나, 뱅크시의 작품이라는 점, 미술계의 이슈메이커인 그의 장난이 더해진 점 등을 보았을 때, 오히려 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다는 의견 또한 나오고 있다.
전시공간에 살아있는 코끼리를 풀어놓는 것으로 시작해, 이스라엘의 분쟁지역에 그래피티를 그리고, 폐쇄된 놀이공원을 자신의 미술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바꾸어 버리는 등 (Dismal Land) 언제나 논란의 중심이 되어왔던 뱅크시가 이번엔 소더비 경매장을 타겟으로 정한 것이었다.
이날 뱅크시의 작품 추정가는은 20만∼30만 파운드였는데, 약 104만 파운드에 팔린 것 또한 위에서 말한 추정가와 실제 경매 가격의 관계에 대한 예시가 될 수 있겠다.
관련글 (영문): https://artlecture.com/article/352
아트렉처 에디터_작가 Jade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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