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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분야에서 기계의 등장은 단순히 예술계만의 사건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 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통찰력을 요구하는 사건이다. TV, 라디오의 등장과 대중문화의 형성을 일견하고 프로파간다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서구의 선례는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시시각각 쏟아지는 정보와 문화예술 컨텐츠들 속에서 우리는 얼핏 과거 예술가들과 공학자들이 꿈꾸던 폭발적인 상호작용의 꿈을 이룬듯하다. 그러나 이 흐름에서 우리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있을까?
연대의 시작
20세기 이후 기술의 진보는 예술가에게 예술로 승화하고 표현할 수 있는 범주를 넓히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 20세기를 오르며 TV와 라디오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 기술은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정치적인 흐름과 함께 대중으로 보급되었고, 기술은 곧 일상 영역으로 빠르게 보편화되었다. 이로 인해 출현한 문화산업은 새로운 자본의 창출을 형성하였으며 공학자들은 새로운 시각에서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기술과의 역사적인 조우 아래, 예술은 스스로를 뛰어넘는 미래를 예견하기 시작했다.
기술의 홍수 속에서 예술의 파도는 빠르게 부서져 대중의 발끝 촉각을 공격한다. 예술과 기술의 협업이 빚은 가장 대중적인 산업, 영화는 아방가르드, 표현주의, 리얼리즘, 모더니즘 등 쉬지 않고 움직이며 대중문화 예술의 발전과 변화를 이끌었다. 한편, « 모든 사람들의 삶이 모던해지기를 꿈꾸 »던 건축과 디자인은 예술의 개념을 보다 실용적으로 넓히고자 한다.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와 핀란드의 아르텍(Artek)은 예술을 적극적으로 기능화시키며 건축, 디자인, 예술의 교차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사진 © Committee on Prints and Illustrated Books Fund 사진 © Shunk-Kender/J. Paul Getty Trust/Getty Research Institute, Los Angeles, 2014.R.20
뒤이어, 예술은 산업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사회관계를 탐구하며 예술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그리기 시작한다. 뉴욕에선 로버트 라우센버그(R. Rauschenberg)와 빌리 클뤼버(B. Klüver)를 중심으로 비영리단체 E.A.T.(Experiments in Art and Technology)가 설립되었다. 급진하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개인이 소외되지 않도록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일념으로 예술과 기술의 개방정신과 실험정신을 보여준 이들은 전 세계에 걸쳐 순수예술과 사회과학을 포함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대표적으로 펩시 사의 후원을 받아 새로운 개념의 건축물 « 펩시 파빌리온 »을 제작하여 선보였고, « 아웃사이드 아트 프로젝트 »를 통해 예술과 기술 사이의 네트워크 안에 커뮤니티를 참여시키는 새로운 방식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상이한 생각들의 공존
이러한 예술과 기술의 결합은 필연적으로 하나의 산업을 형성하였으며 이는 새로운, 그리고 막대한 자본의 창출을 불러일으켰다. 영화가 예술로 그리고 산업으로 황금기를 구가하기 시작한 1920년대에 등장한 프랑크푸르트 학파(Die Frankfurter Schule)는 문화예술산업에 대한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이다. 막스 호크하이머(M. Horkheimer) 소장을 필두로 한 이 학파는 본래 현 사회를 진단하고 비판하기 위해 당시의 사회적 시대상을 조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제시하려 했으며, 그 일환으로 사회이론과 미학이론의 매개에 주안점을 두었다. 모더니티, 매체미학, 대중문화를 통하여 사회를 들여다보려는 그들은 예술과 재생산 예술, 그의 자율성과 사회적 운명에 대하여 변증법적으로 접근했다.
이들은 예술과 기술의 조화가 만들어낸 문화산업을 자본주의적으로 대량생산된 문화, 즉 매스컬쳐(Mass culture)로 정의한다. 여기서 문화예술은 상품적 가치로 존재하며, 대중을 대상으로 하지만 산업적 구조가 ‘생산’한 것이다. 이는 20세기 중후반의 미국 할리우드 영화산업으로도 대변된다. 이윤의 도구가 된 문화산업은 대중문화를 휘두르며 사물화된 인식을 조장하고 대중이 주체가 될 수 없도록 하여, 종래엔 자극만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오브제로 전락시킨다.
각자에겐 상이하지 않은 것들
그러나 오늘날의 문화산업은 위의 매스컬쳐와 무관하게, 말그대로 문화를 생산하는 ‘컨텐츠’ 산업 혹은 ‘예술 창작’ 산업에 더 가깝다. 20세기의 문화산업이 대중문화의 발전에 힘입어 소품종이 대량 생산되는 일명 ‘포디즘(Fordism)’과 ‘유행’의 시대였다면, 2천년대에 접어들고도 20여 년이 지난 현재는 모든 것이 개인화, 핵심, 콘텐츠 위주로 진행된다. 내면의 풍요와 질적 성장, 실질적인 행복 추구 등 개인적 가치에 대한 중시는 4차 산업 혁명과 더불어 점차 사용자의 능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산업의 발전과 그에 따른 수용자의 삶의 방식 변화에 맞추어 매체도 변한다. 알고리즘에 의하여 우리가 더 많이 찾아보고,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스스로와 비슷한 생각을 피력하는 콘텐츠들을 소비한다. 이를 통해 우리 각자의 세계관은 더욱 공고해진다. 각 공간과 플랫폼에 걸맞은 미디어의 개발은 개인이 집의 울타리 안에 각자의 궁전을 쌓게끔 한다.
예술 분야에서 기계의 등장은 단순히 예술계만의 사건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 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통찰력을 요구하는 사건이다. TV, 라디오의 등장과 대중문화의 형성을 일견하고 프로파간다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서구의 선례는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시시각각 쏟아지는 정보와 문화예술 컨텐츠들 속에서 우리는 얼핏 과거 예술가들과 공학자들이 꿈꾸던 폭발적인 상호작용의 꿈을 이룬듯하다. 그러나 이 흐름에서 우리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있을까? 기술을 접목한 예술이 인간과 사회, 자유와 통제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고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볼 때이다.
글 아트렉처 에디터_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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