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에서부터 신진 디자이너들까지, 엄선한 제품만을 들여놓는 셀렉숍과 같이, 현대미술 편집샵에서는 미적 감각과 내재된 깊이를 가진 예술가들을 차차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내 취향을 더 상세히 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시리즈를 시작해본다.
우고 론디노네, 자연을 재단하다
Ugo Rondinone
2018년 10월 11일, 뉴욕 첼시의 Gladstone Gallery 에서 난 우고 론디노네 (Ugo Rondinone)의 작업을 처음 접했다. 갤러리엔 나무와 수풀로 채워진 거대한 드로잉들이 전시되어있었고, 그 제목은 독일어로 (아마도 그려진 날짜 등을 뜻하는 숫자) 적혀있었다. 모든 드로잉들은 검은색 잉크로 그려졌고, 빗금으로 처리된 그림자는 중세시대의 프린팅을 연상시켰다.
그외 작업:https://artlecture.com/mypage/artworks?id=641
사실 이 드로잉들은 나의 초기작업(사진)을 연상시켰는데, 나는 2016년 말 1.5제곱미터의 종이에 연상되는 모든 것을 흑백으로 그리는 드로잉 작업들을 했었다. 미생물과 외계인, 그리고 나의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즉흥적으로 그려나갔다. 제목은 Makrokosmos(독일어, 대우주) 라는 뜻이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작업을 했던 사람으로서 Ugo Rondinone 라는 작가가 점점 궁금해졌다.
갤러리의 그림들은 1989년도에 그려진 론디노네의 초기작이다. 자세하게 묘사된 나무들이지만 어딘가 인공적인 판타지가 돋보이는 드로잉 시리즈는, 그의 전체 작업을 아우르는 주제 중 하나인 '인공적인 프레임 안의 자연' 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시리즈였다.
“인공적인 프레임 안의 자연”
그의 페인팅 시리즈, 태양(Sun)과 구름(Cloud) 시리즈이다. 이제 슬슬 감이 오지 않는가?
이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우고 론디노네는 1990년도 Sun 시리즈로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이게 정말 아크릴인가 싶은 그라데이션, 여러 행성같기도 하고 원자핵 같기도 한 이 작품들은 사실, 그가 스위스 백만장자의 딸과 결혼하고 난 뒤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예술과 자본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뭐 어찌되었는 간에, 그는 계속 인공과 자연, 그 안에서의 조화를 찾는 작업을 진행했다. (자본을 바탕으로) 그 시리즈들은 모두 원초적이고 간단한 요소들로 이뤄졋으나, 이루 말할 수 없이 21세기적인 조합과 형태를 지닌다.
그리고 2016년, 그는 다시 한번 세간을 사로잡는 작업을 진행했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인스타그램에서 한번쯤 봤을법한, 바로 이 형광돌(?) 작업이다.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거대한 돌탑을, 가장 인위적인 색상으로 칠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자연에 그대로 설치해버린 것이다. 아름다운 하늘과 태양, 대지가 있는 가운데 설치된 이 형광색 바위탑은 그대로 그의 대표작이자 그 자체로 관광 명소가 되어버렸다.
자연과 인공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그의 Theme을 정말 잘 보여주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우고 론디노네의 뼈있는 유머는 작은 디테일에서도 드러나는데, 그의 웹사이트를 한번 살펴보자. 미니멀한 아티스트의 사이트 같다가도, 이상한 항목이 있다. Day 와 Night 버튼이 바로 그것인데, Day를 클릭하자 그를 대표하는 형광색의 작업만을 볼 수 있고, Night를 누르자 흑백톤의 작업들만으로 화면이 찬다.
Day의 형광색은
현대인의 환상적이지만 덧없는 망상을,
Night의 흑백은
현대인들의 우울증을 보여주는 것만 같지 않은가?
또한 그의 작업들은 독일어 숫자, 또는 영어 색깔 등 작업과 관련된 정보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DREIZEHNTER MAI ZWEITAUSENDUNDVIERZEHN (독일어, 5월 13일 28 그리고 14 ) 혹은 Blue Yellow Pink Mountain 등이 있다. 마치 특정 정보를 넣은 바코드 같기도 하고, 마르지엘라의 넘버링이 떠오르기도 하는 네이밍 센스다.
어이없기만 한 조합, 웃음이 나오는 작업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현대인들의 속마음. 그의 작업들은 마냥 유쾌하기만 하다가도, 마음속 어딘가의 불편함을 끄집어 낸다. 나는 다음 한마디로 이 불편함을 표현하고 싶다.
가짜 진짜보다는 진짜 가짜가 낫다.
(Ezra Koenig, 2015)
아트렉처 에디터_작가 Jade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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