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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Lover Sep 15. 2020

고흐와 두 개의 무덤

고흐는 나의 이름이 아닙니다.-다 아는 화가의 잘 모르는 이야기①

고흐의 무덤은 2개이다.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하나, 네덜란드에 하나.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르의 빈센트 반 고흐 무덤 - 고흐의 무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빈센트 반 고흐 무덤 -  형의 무덤

 고흐의 나라가 네덜란드이고, 숨을 거둔 장소가 오베르 쉬르 우아즈라서 하나씩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빈센트 반 고흐가 2명 존재했기 때문에 무덤도 2개인 것이다.


 그것은 고흐의 슬픔이 태어날 때부터 시작된 이유이기도 했다. 아니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일 수도 있겠다.



 고흐보다 먼저 세상에 나온 형은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형을 잃은 슬픔에 잠겨 고흐를 가진 기쁨을 느낄 시간마저 부족했던 것 같다.


 자식을 잃은 어미가 그 자식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원래 형의 이름이었던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이름을 다시 붙여주었다. 우리가 아는 고흐는 그의 형의 이름을 ‘재활용’ 한 것이었다.



 우리는 태어날 때, 이름 짓기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이름처럼 산다.’라는 말도 있기에, 의미 있는 이름을 지어주려고 노력한다. 새 생명에게 펼쳐질 좋은 미래를 기원해주는 부모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첫 번째 선물인 것이다.

 고흐는 평생 동안 가져갈 이 첫 번째 선물을 받지 못했다. 어린 고흐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묘비를 보는 심정은 어땠을까. 그 묘비를 보며 우는 어머니를 보는 심정은 또 어땠을까.


 고흐에게 모질었던 것은 어머니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권위적이고 엄격했다. 고흐의 흥미와 재능을 들여다봐주지 않았다. 목사로서의 품위를 무너뜨리지 않는 아들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이 기대에 어긋나자 못난 자식으로 취급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사의 길을 걷고자 했지만, 신학대학 시험에 낙방했다. 그리고 교회에서는 그의 광적인 신앙심과 격정적인 성격을 우려한 탓에 거부당했다.


부모에게 부정당한 아이, 사회에서 거부당한 청년. 고흐의 광기는 이렇게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별이 빛나는 밤>  부분

 이렇게 어디에서나 늘 부족했던 사랑은 작품 속에도 드러난다.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 작품 속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은 그믐달이다. 한쪽이 휑하니 비어있는 그믐달. 당연히 받았어야 할 부모의 사랑이 온전치 않아, 가슴 한 켠이 항상 비어있는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것만 같다. 그의 고뇌와 슬픔이 뿌리 깊은 이유가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피카소가 아버지에게 재능을 인정받고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안타깝다.

 고흐만큼이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고흐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산 예술가가 바로 피카소이다.

 

고흐는 죽고 나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피카소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예술가로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


피카소의 성공 요인이나 고흐의 아픈 삶이 부모의 사랑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예 관련이 없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3살까지 형성되는 정서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았다면 고흐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 편으로는, 고흐의 작품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고흐의 인생이 달라졌다면 그의 작품들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신 분석학자 프로이트의 많은 추종자들에 의하면, 예술적 창조성은 무의식에서 나온다. 억압된 욕구, 무의식적 충동, 정신적 긴장 등. 일련의 고통을 겪은 작가는 이러한 것들의 ‘해결’ 예술이라는 출구를 찾게 되는 것이다.


 이 흐름에 비추어본다면, 고흐는 억압되고 슬픈 현실을 살아갈 해결책으로 예술을 찾은 것이다. 그의 삶 속에 점철된 외로움과 고독이 없었다면 그의 작품이 없었거나, 감동이 줄었을지도 모른다.


 고흐를 생각하면 한 없이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그에게 슬픈 인생이 있어서, 눈물나도록 찬란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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