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MISS SLOANE/ 미스 슬로운>을 보고
해당 리뷰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미국의 로비스트 매들린 엘리자베스 스노운(이하 리즈로 통일)이라는 여자가 벌이는 한 판 승부를 따라가며 그리는 영화 “미스 슬로운”을 감상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는 즐거웠지만 어려웠다. 로비스트라는 개념도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직업이며(합법적으로 존재하는 그런 직업이 아니니까) 그리고 미국의 정치제도도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조금은 어렵게도 다가왔다.
해당 영화는 미스 슬로운이 로비를 할 때 하는 버릇처럼 상대방보다 한 발 앞서서 상대방에게 놀라지 않고, 대신 상대방을 놀라게 하는 그런 전략을 관객들한테 내보이는 것 같다. 어쩌면 반전에 반전 같은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뭐 과정들이 사실적이네 아니네는 뭐 중요하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과도하게 승리에 도취되어 승리만을 바라보며 성공에 중독된 한 여자에게 사실 은폐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리즈의 로비 전략처럼 영화는 리즈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보일 듯 말 듯하게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 로비의 중점이 되는 것은 미국의 수정 헌법 제2조 (무기 보유의 권리)로 “규율 잡힌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할 수 있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받을 수 없다.”이다. 해당 로비는 “히튼-해리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 총기를 구매하는 데 있어서 개인 신원 확인을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즉, 히튼-해리슨 법안이 수정 헌법 제2조 명시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냐, 아니냐가 해당 쟁점이 된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정치 풍경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정책으로 평가받는 것보다는 선거나 정치인의 지지도가 그 정당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미국은 특정 논쟁거리가 되는 이슈들이 정치에 있어서 중요한 판가름이 된다. 예를 들면 낙태라던가, 동성애, 그리고 이 영화에 주되게 다루어진 총기 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수정 헌법 제2조에 명시된 개인은 무장할 권리가 있다는 법안은 미국의 건국 역사를 생각하면 그런 헌법이 왜 필요했는지 알 수 있지만, 현재 총기로 인한 미국 내에 많은 사건이 일어났기에 이 헌법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이슈이다.
리즈는 해당 히튼-해리슨 법안을 지지하는 편의 로비스트가 되기로 한다. 영화에서 대사에서 그녀를 표현하는 말처럼, 늘 이기는 게임만 하며, 승승장구하는 회사에서, 돈을 많이 주겠다는 제안을 굳이 거절하면서까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녀는 자신이 승리에 도취되어있고 더 명확하고 짜릿한 성공을 누리고 싶어서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그녀가 했던 말이 꼭 전부가 아닌 것 같다. 모든 것이 정말 단순히 성공과 승리를 위한 치밀한 전략이었을까? 총기 규제에 대한, 그리고 청문회 마지막 발언 때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단지 성공에 도취되어서가 아닌 “미국 정치가 부패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녀는 그 신념을 위해 최소 5년을 징역을 할 수도 있는 그런 게임을 벌인 것이 아닐까.
다름이 아니라 이 영화에서 해당 법안을 두고 양측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해당 법안을 막기 위해 또는 통과시키기 위해 위법이어도 신경쓰지 아니하며, 얼마나 부패한 형태로 로비가 진행되는 지를 알 수 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신념이 아닌 그 신념보다 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그 신념을 버린다. 그러나 그 신념을 보고 그 신념을 믿고 자신의 뜻을 대변해줄 거라고 굳게 믿기에 시민들은 그들을 지지하는 거다. 그러나 정치인에게 어쩔 땐 정책의 찬반이란 자신의 존폐위기를 결정하기 위해 종이 뒤집듯 쉽게 뒤집는 일로밖에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완전히 정치에 있어서 부패를 잡는 일은, 쥐새끼를 완전히 박멸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끔 우리 정치를, 신념을, 우리가 믿는 가치와 민주주의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무엇에 의해서 썩고 부패되어가고 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