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여행 중에서 2019.01-2019.02
횡단 열차에서 온전한 24시간을 보낸 첫날. 난 생각보다 기차 타입인가? 기차에서 머무는 시간들이 지루하지도 않고 편안하고 포근하다.
현실에서 벗어나 인터넷도 터지지 않고 그래서 그 누구의 소식도 듣지 못하고 듣지 않고 보낼 수 있음이 좋다. 세계와 부딪히지 않으니 고민과 생각은 나오지 않지만 그래서 평온하다. 세계와 부단히 부딪히는 일은 중하긴 하나 매우 신경 쓰이는 일일 수밖에 없다. 또 나는 영원히 내가 꿈꾸는 것들과 어쩔 수 없는 나 자신, 그 간극에서 괴로워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와의 부딪힘은 나 자신의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나는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자신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어떠할까? 자체로 좋다... "괜찮다"는 말이 이해가 될 것 같다. 그 자체로도 좋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들. 유한함과 무한함의 경계와 구분이 오히려 사라지고 이 시간에는 어떤 책임도 자유도 지지 않아서 그래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지만 창밖에 흰눈들은 여전하고 나무들은 굳건히 서 있고 어떤 것은 쓰러져있지만, 다르지만 같은 풍경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가 이 여행을 두고, 동에서 서에서 가는 여행이니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이라 말했다.(내가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굉장히 그의 말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시간을 거스른다라... 우리가 아는 시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인간 중심적인지. 시간은 단지 배경과도 같은 것이다. (어디에선가 읽었던 ) 베르그송이 말했듯이. 우리는 그 시간을, 세계를 스쳐 지나가는 산책자들일 뿐이다. 돌아올 수 없고 끝이 알 수 없는 초행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