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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가질 수 없는 것들

책임감, 자부심, 그리고 소명

by 김예린

AI는 이제 거의 모든 걸 할 수 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프로그래밍도, 때로는 상담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지?” 그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AI는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 세 가지 있다고.


책임감, 자부심, 그리고 소명.


책임감은 마음의 무게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 결과를 감당하겠다는 태도. AI는 결과를 낼 뿐, 그 뒤를 책임지지 않는다. 실수해도 아파하지 않고, 잘못해도 미안해하지 않는다. 책임감은 마음이 있는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무게이자 인내를 지속하게 만드는 연료이다.


자부심은 의미로 향하는 감정이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 결과가 작더라도 스스로 기특해지는 그 감정. AI는 훌륭한 결과를 만들 수 있지만, 인간은 결과 뿐 아니라 과정을 기억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느낀다.


소명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왜 이 길을 계속 걷는지. 논리보다 앞서 존재하는 내면의 목소리. AI는 목표가 주어져야 움직이지만, 인간은 목표를 스스로 만든다.


책임지고, 자랑스러워하고, 이유를 품는 것, 그건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믿는다. 우리가 흔들리며 고민하고, 묵묵히 인내하는 그 마음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인간다운 증거라고. AI는 절대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우리는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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