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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 재 Dec 28. 2022

2023년 계묘년 토끼해


어느 덧 2022년의 마지막 주이다. 나흘 후면 2023년이 열린다. 며칠 전 새해 달력에 내년 기념일을 적어 넣으며 눈깜짤 할 사이에 올해가 갔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세월이 유수 같다"고 할때만 해도 40대였나 보다. 50대도 후반을 지나다보니 그야말로 "세월이 쏜살 같다." 


그렇다고 늙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젊음이 부럽지도 않다. 젊음을 돌려준대도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손사래치며 거절할 것이다. 젊은 청춘들을 보면 앞으로 그 긴 세월을 어떻게 살아낼까 걱정스레 보게 되기 때문이다.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진다는 것은 삶의 무게를 더 내려놓을 수 있어서 나쁘지 않다. 


나이 들면 지나온 날을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는데, 나는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주변과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게 된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자꾸 주변을 살펴보던 젊은 시절에는 나만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욕심에 가지치기가 되고, 그러다 보니 남과 비교할 일도 없어지고 부러운 것도 없어진다. 그리고 이쯤 살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밀고 나갈 수가 있다. 남들이 볼 때는 이룬 것 하나 없는 한량으로 보일지라도 나는 나답게 잘 살아왔다. 이 정도면 된 것 아닌가!


내년 계묘년 토끼해를 앞두고 토끼에 관련한 자료를 모아 보았다. 미술작품도 있고, 진짜 토끼도 있다. 자고로 토끼만큼 새끼를 많이 낳는 동물이 또 있을까. 그래서 토끼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또 현명함을 상징한다고도 하는데, 실제로 토끼가 현명한지는 모르겠다. 


내년은 계묘년이라 검정토끼의 해인데, 천간(天干)의 가장 끝에 있는 "계()"는 오방 중에서 북방을 상징한다. 북방은 계절로는 겨울, 오원소 중에서는 물을 상징하며, 색으로는 검정색이다. 그래서 내년을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하는 것이다. 반면 지지(地支)로서는 4번째에 오는 토끼(묘, 卯)는 동쪽을 상징하고, 나무를 상징하며, 색으로는 청색, 시간으로는 새벽 5~7시를 나타낸다. 


겨울은 정기를 응축하는 시기이다. 봄에 새로운 생명을 틔우기 위하여 에너지를 모으는 시기이다. 물은 바로 생명의 정수이고, 검정색은 서양에서 불행이나 악으로 보는 것과 달리 선사시대에는 검정색을 풍요의 색으로 보았다. 즉 비옥한 땅의 색이 바로 검정이다. 이것이 기독교 문화로 바뀌고 나서 검정이 사악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자고로 검정은 비옥함을 상징한다. 


겨울 동안 모아진 정기는 봄이 되면 새 생명을 틔워내는데 쓰인다. 물이 나무를 쑥쑥 키워낸다. 비옥한 땅에서 새 생명이 영양분을 받아 쑥쑥 자란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이다. 그렇게 세상은 온통 푸른 세상으로 바뀌어간다. 봄의 새벽, 살포시 일어나 비옥한 진흙 밭을 밟아 보라. 그 촉감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선사시대와 고대에는 초봄의 들판에 여인들이 나가 땅을 밟았다. 땅도 음기요 여성도 음기이다. 땅의 음기는 하늘의 태양빛, 즉 양기를 받아 새 생명을 키워낸다. 


제프 쿤스, <토끼>, 시카고 미술관 소장, 미술관 뒤로 보이는 시카고의 스카이라인도 미술 작품 못지 않게 멋있다. 이 작품을 보면 두 귀를 잡고 단짝 들어올리고 싶은데, 보기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얇은 비닐풍선 같은 재질로 보여도 스테인레스 스틸이라 대단히 무겁다.


아이 웨이웨이( Ai Weiwei), 12띠 중 <토끼>, 2010, 브론즈, H 325 X W 130 X D 150 cm, 개인소장, (사진출처 : 미국 Kentucky주 Louisville의 스피드미술관), 나는 아이 웨이웨이의 12띠 동물머리 조각을 클리블랜드 미술관에서 전시할 때 보았다.


경복궁 근정전 월대 위의 토끼, 경복궁 월대 위에는 4신과 10마리의 띠 동물 조각(개와 돼지 제외)이 사방에 장식되어 있다. / 오른쪽은 우리 동네에서 본 토끼. 잔디밭에서 아침 식사 중.





마침 미국 서부에 사는 친구가 내년 토끼해를 맞아 달력을 선물로 보내 주었다. 그것도 "수궁가"를 주제로 한 달력을. 새해 달력 센스가 남다르다. 이 귀한 달력을 어떻게 구했는지 한국에서도 본 적 없던 국립국악원의 달력을 이역 만리에서 일년 내내 바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생겼다. 토끼간을 구하지 못한 용왕님은 어떻게 되셨을까? 그러나 '용왕님, 이제 걱정 마셔요. 토끼간 보다 더 좋은 명약들이 세상에 천지 삐까리로 많응께요. 거북님, 이제는 충성스런 마음에 용왕님 병 고쳐보겠다고 육지에 나가 고생 안해도 되어요. 필요한 거 있으면 아마존에 연락치면 어디든 다 보내주니께요. 잠수함도 있는 세상에 바닷속인들 못갈까요?' 하고 농짓거리라도 하고 싶다.


2023년 국립국악원 달력
4월달 내용그림
8월과 10월 그림




이 달력을 보는데 작년 한창 인기를 끌었던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협연한 수궁가 변주곡들이 생각난다.  <범 내려온다>와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는 위의 달력의 그림과도 오버랩이 되어 이날치 밴드의 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우리의 판소리가 얼마나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어서 참으로 좋았다. 


얼마전 토끼해 들어 바뀔 국내 소식 하나를 들었다. 이 소식과 관련하여서는 미국의 신문 the Guardian 지에도 소개가 되었다. 내년 6월 28일 부터는 우리나라도 만 나이로 나이 계산을 통일한다는 소식이었다. 만 나이, 연 나이(현재연도-출생연도), 세는 나이(새해가 바뀌면 한 살 더 먹는 셈법)로 나이 계산법이 3가지나 있고, 또 해당 정부 부처마다 다른 나이 셈법을 사용하고 있어서 나이 계산법을 통일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그것이 만 나이로 셈법이 통일된다고 하니 왠지 우리 문화 하나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 다양한 나이 셈법 때문에 아기 출생 신고를 미뤘다 하는 경우를 왕왕 보았던 터라 바뀌긴 해야할 제도라는데는 동의한다. 


그나저나 토끼해를 맞아 개인에게도, 우리나라에도, 세계에도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제발 전쟁은 좀 끝이 났으면 좋겠고, 다같이 힘을 합쳐서 기후 위기 해결 방안도 모색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코로나도 진정이 되어 다시는 코로나 소리를 안듣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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