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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노 Art Nomad Mar 29. 2018

여섯. 어떻게들 그리고 계세요?

안구정화.

첫날, 선만 그려도 재미있다고 했던거 같은데 시간이 지날 수록 선만 그리는 건 역시 재미 없다. 빨리 뿅하고 모든 것을 건너 뛰고 그림 좀 그림 같이 그리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매번 포토샵에 흰 화면위에 검은 선만 그리고 있으니 지리 할 만도. 안구 정화를 위해 그림 좀 그리신다는 분들의 영상을 찾아봤다. 


https://youtu.be/ERHPymxbsHw

[아트포미] 도깨비 공유 디지털드로잉


나는 컴알못, 포알못, 드알못이다. 컴퓨터, 포토샵, 와콤, 드로잉 중에 하나도 아는 것이 없이 이 도전을 시작했다는 말이다. 연예인 모작을 그려본 적은 없어도 접해본 사람은 꽤 있을거다. 예전엔 입시시즌이면 지하철에 즐비해 있는 연예인 모작들을 볼 수 있었다. 요샌 지하철을 잘 안타니 어떤지 모르겠다.  종이 위에 그린 것은 한땀 한땀 손으로 그렸다 쳐도 디지털 드로잉 마저 한땀 한땀 그리는 건줄 몰랐다. 이 영상을 접하기 전에는 SNS에 활용되는 어플리케이션들 처럼 사진을 그대로 페인팅 느낌이 나게 처리 하거나 사진을 밑에 놓고 레이어를 덮어 사진에서 드러나는 선 그대로 따라 그린 줄 알았다. 옷에 잡힌 주름까지 한땀 한땀 그리는 걸 줄이야. 종이에 그리는 것보다 속도가 좀 더 빠르고 용이할 수는 있겠다. 사진에서 색을 스포이드로 따올 수도 있고 손의 각도나 입의 각도가 일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부분의 각도만 조절할 수 있으니 종이 위에 그릴 때보다 훨씬 수월하면서도 실물과 유사한 표현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일부 다른 영상에서는 스포이드 효과를 쓰지 말고 색을 찾아보는 연습을 할 것이라는 조언도 한다. 스포이드로 찍어다 옮겨버릇하면 색의 감을 키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창작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https://youtu.be/JH9CsQ6QGXY

웹툰그리는법- 그림연습하는법


위가 모작이었다면 이번엔 창작의 영역이다. 위에서 말했듯 나는 드 알못이기도 하다. 드로잉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도전했는데 드로잉 연습 하시는 분들도 소재를 무작위 선정해서 창작연습하는 법이 있는 줄 몰랐다. 시나리오 쓰기 할 때 위와 같은 연습은 익숙하지만. 예를 들어 제시어가 청국장, 소녀, 펭귄, 왕이라는 제시어가 있다고 치자. 이 제시어들 만들어 3줄 로그라인 혹은 시놉시스를 만들어 보는거다. 좀 더 익숙해지면 단편소설이나 시나리오로 만들어도 좋다. 

 


어떤 나라에 식욕을 잃어버린 왕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거리는 지나다 퀘퀘 하면서도 입에 침이 돌게 하는 낯선 향을 맡고 이 향의 근원을 찾아오라 명했다. 잠시 후 신하들은 청국장을 들고 선 소녀와 함께 나타났다. 그녀의 청국장은 왕의 입맛을 돌아오게 했고 그를 어여삐 여긴 왕은 그녀를 아내로 맞았다. 이듬해 전국적으로 가뭄이 들자 일부 백성들은 왕이 청국장 마녀에게 빠져 하늘이 주는 벌이라 여기고 그녀를 마녀사냥 속으로 몰아간다. 절벽 끝에 몰린 그녀는 하늘에 소원을 빌고 떨어지는데 떨어지는 순간 펭귄으로 변하여 목숨만은 구했다고 한다. 이것이 펭귄표 청국장에 내려져 오는 전설이다. 


> 청국장을 잘 끓여 왕의 아내로 간택된 소녀가 마녀로 몰려 절벽에서 떨어졌으나 펭귄으로 변해 목숨을 구하는 이야기 



와. 조악하다만 ㅎㅎ 이런식으로 훈련한다. 글로 연습하는 건 내가 단어를 알고 타자를 칠 줄 알면 나머지는 상상력의 문제다. 물론 원칙과 구조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3줄 로그라인과 시놉시스 단계에서는 기술에 자유로운 편이다. 그림은 그렇지가 않더라. 단어들을 무작위로 선택하고 창작하는 건 비슷해보이지만 구도와 인물을 잡아낸 후에 '여름'에 '담배'가 등장하니 인물이 ' 더워서 짜증이난다'의 감정을 덧입히고 싶다면 나열한 이 모두를 표현할 수 있는 '그리기 실력' 있어야 하는 거다. 대상의 상태, 자세 등을 시각화 하고 소실점의 위치, 빛의 위치 등도 설정해야 함. 위의 모작도 대단하다 느껴지지만 역시,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는 기술이 갖고 싶다. 창틀, 우람한 몸, 담배를 든 손, 부채까진 좀 덜 놀랬는데 얼굴표정 그리시는 데서 엄청 놀랬다. 마치 나무를 보고 나무 안에 표정이 다 있다며 깎아 나가는 조각가 같았음, 모든 표정은 저 하얀 백지에 다 있다며. 


https://youtu.be/8CxXdO5Q4N8

마지막으로 소개할 건 동물그리기. 전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첫번째 목적은 지금 기르고 있는 강아지들을 그려 주는 것이고 두번째는 콘티 그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언급한 적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연재를 꽤 많이 하고서도 아직 한장도 못 그릴 줄 몰랐지만. ㅎㅎ 

동물 그리기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구조를 가진 호랑이 그림부터 봤다. 호랑이는 포유류에 둥근 얼굴 상을 둔 동물들이라면 대부분 응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졌다. 전에 소개 했던 그림 연습의 기초 영상들에도 많은 사물, 인물 등이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도형으로 간결화 한 후에 그리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해 줬다. 이 영상도 일단 구도를 잡기 위해 원 3개를 먼저 그리고 그 원과 원 사이의 연결로 몸통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영상은 대체로 실제 속도 보다 빠르게 돌려 업로드 하는 경우가 많으니 볼 때 마다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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