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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May 20. 2023

여성은 아름답기만 한 존재가 아닙니다.

키키 스미스 Kiki Smith(1954~)

Artist TV-미술투자로 부자 되기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한 회원님께 질문이 왔다. 유튜브 구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은 일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들 간에 서로 정보를 주고받게 하기 위함이고 적은 인원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친근한 느낌도 있다. 한 분이 키키스미스의 작품을 구매하고자 하는데 도통 어떤 종류의 작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질문을 주셨는데 그도 그럴 것이 키키스미스의 작품은 매체가 획일 적이지가 않고 판화, 도자기, 종이, 조각, 태피스트리 등 워낙 다양해서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선뜻 다가가기 힘들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분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고 하신 분의 미술적 취향은 매우 고급스러운 것이 분명하다. 단순한 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해외 작가나 국내 블루칩 작가를 위주로 컬렉팅을 할 텐데 키키스미스의 개념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그 자체가 지적 욕구에 충실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물론, 키키스미스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5번이나 참여했고 미술관 전시를 20번도 넘게 하였으며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갤러리 중 하나인 PACE 갤러리의 전속이니 시장에서도 메이저 중에 메이저이다. 그러나 미술 작가가 마켓에서 각광을 받는 것은 미술 전문가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는다고 해서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이런 작가들이 결국 마켓에서도 인정을 받게 되겠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확신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키키스미스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할머니인데도 상당히 미인이다. 그녀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던 미국인이다. 아버지는 도날드 저드 등과 함께 미국 미술계를 주름잡았던 미니멀 아트의 선구자 토미 스미스이고 어머니는 배우이자 오페라 가수 제인 로렌스이다. 그녀의 아버지인 토미 스미스 또한 PACE 갤러리와 일했다. 이러한 배경과 집안의 분위기가 있었기에 그녀는 작품이 팔리는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영혼이 시키는 대로 자유롭게 작업했다. 실존주의 적이고 현상학 적인 그녀의 작업 성향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을 가는 성이 크다. 다양한 매체를 사용했음에도 작품의 철학과 표현 하고자 하는 자신만의 메시지가 일관적이다. 주로 대가들은 이렇게 내용의 일관성을 가지고 형식은 자유롭고 다양하게 펼친다.


키키스미스는 종이라는 소재를 아주 많이 사용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쉽게 작업하는 것을 좋아해서 종이에 끄적거리는 일도 많았고 입체작업도 종이로 했다. 또한 판화를 제작하는 것을 오리지널 작업을 대중화시키려는 대체적인 목적으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창작물로 생산했기 때문에 발행 수량도 적고 일반적인 판화와는 다른 성격을 갖는다. 또한 미국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태피스트리는 작업의 주요 재료로 공예적인 요 소또 한 가미하고 있다. 구겨진 종이 위에 그림 그리기, 사진 위에 그림 그리기, 도자기 깨뜨려 다른 형태로 붙이기 등 재료는 모두 다르지만 하나같이 같은 결의 작품임을 쉽게 알 수 가있다.


그렇다면 이 다양한 매체로 그녀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1920년 미국에서 투표권을 얻은 이후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은 그저 아름다운 존재로 묘사되고 마치 아름답지 않으면 쓸모가 없는 존재인 것으로 인식된다. 키키 스미스는 페미니즘의 계보를 잇듯 이러한 사회적 관념들에 대해 반기를 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아름답지 않은 모습, 즉 신비주의 속에 감추어져 있던 여성의 생리적인 현상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작업을 했다. 비너스 같은 몸매가 아니라 비율이 엉성하고 어딘가 모르게 모자란 모습으로 그리고 남성들처럼 똑같이 배설하는 존재로 표현했다. 역겹고 불편한 보습들을 드러냈지만 역겹지 않은 재료를 통해 다시 한번 역설하는 장치도 놓치지 않았다. 신체를 바라보는 관점은 저항적이었으나 재료의 선택은 종이, 구슬, 테피스트리, 천 등 부드럽고 여성적인 느낌을 주는 선택을 하였다. 게다가 그녀의 동생이 에이즈로 사망하는 일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에이즈에 관련된 작업이 이어졌다. 그녀의 젊은 시절이 이렇게 저항적이었다면 중년이 된 이후에는 모성애를 상징하거나 자연, 우주와 하나 되는 인간의 신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게 된다.


키키스미스의 작품은 이렇게 다양한 형태를 띠지만 내용뿐만 아니라 표현방법 또한 모두 드로잉 적인 특징을 일관되게 띄고 있다. 조각이나 종이작업, 판화, 태피스트리 등 모든 작업에서 드로잉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어 광범위한 매체를 사용했음에도 키키스미스의 개성과 특징을 일관적이게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 언급했었던 구독자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면 이렇게 다채로운 작가의 경우 어떤 시기 어떤 매체를 사용한 작품이 더욱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박서보 작가의 작품 중 아래의 두 작품은 비슷한 사이즈의 작품이다. 초록색 묘법 시리즈는 박서보 작가 작품 중 가장 인기가 있고 대중적인 시리즈이며 생산량도 많다. 가격은 대략 6억 5천만 원대이다. 아래의 연필 묘법 시리즈는 작가님의 초기작품으로 100만 불, 한국돈으로 13억 원이 넘는다. 왜 이런 가격차이가 날까? 이 경우는 생산량과 희소성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작가의 초기 작품의 경우는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작업한다. 그러나 명성이 올라가고 작품 가격이 높아지면서 여러 사람이 투입되는 공장식 제작시스템이 도입된다. 보편적으로 컬렉터들은 아티스트가 가난하고 배고팠던 순수했던 시절 열정하나로 작업에 임했던 손때 묻은 작품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이 다른 모든 작가의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의 경우에 마켓에서의 가격 결정은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누군가에 의해 이루어진다. 가격이 공개되는 옥션에서 높은 가격이 지불되고 나면 비슷한 시리즈의 가격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해진 규칙이라는 것은 없다.


작가의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작가의 히스토리와 작품성, 시대성이다. 이미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작품성을 인정받아 미술관 전시를 여러 번 거친 후라면 작품의 가치에 관해서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컬렉터 자신의 취향이다. 키키스미스의 경우 젊은 시절의 작품은 저항성이 강하고 센 언니 캐릭터가 도두라 지기 때문에 강렬하고 비판적인 색채가 짙다. 후기로 갈수록 따듯하고 범 우주적이라 거부감이 없고 리세일에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보편타당한 법칙이 미술시장에서는 언제나 통하는 룰이 아니다는 것에 딜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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