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따라 예술 관련 서적을 읽게 된다. 예술가들의 생애를 훑어볼 수 있는 글, 예술 작품을 저자의 해석대로 감상하는 글, 여행을 다녀와서 저자가 본 풍경을 감상하는 에세이 등등. 원래 필자는 N년 전만 해도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비문학 서적들을 주로 읽었지만, 인문 서적들을 읽으면서도 다분히 몰입되는 시간들을 많이 보낸 것 같다. 예술 관련 서적 중 [혼자 있기 좋은 방]이라는 예술 작품 감상 서적을 읽다가, 눈에 띄는 대목을 발견했다. 바로 '잘츠부르크'. 몇 백 페이지 중 고작 한 페이지밖에 안되는 짧은 소개였지만,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라는 수식어 하나만으로 그 도시의 이름을 검색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잘츠부르크는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로 유명하다. 이곳은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어릴 때부터 유럽 전역으로 연주 여행을 다닌 그는 “자신이 본 그 어떤 장소도 이곳의 아름다움에 비견할 수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잘츠부르크의 찬연한 풍광을 찬미했다.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태어난 예술인들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크리스티앙 도플러, 요세프 모어, 슈테판 츠바이크, 한스 마카르트, 토마스 베른하르트, 헤르베르트 폰 카리얀 등이 있다.
도시는 문명이라는 추상적이고도 거대한 단어를 가장 가시적으로 잘 드러내는 이미지와도 같다. 문명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 중 도시만큼 확연한 것이 없다. '잘츠부르크'라는 단어를 통해서 검색된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는데 눈이 즐거웠다. 나도 저곳에 태어났다면 저 도시를 사랑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츠부르크가 어떤 도시인지에 대해 천천히 사진을 감상하면서 저명한 건축학 교수님의 말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도시는 초록색이 많다고. 확실히, 잘츠부르크 도시는 건물의 색과 주변을 둘러싼 자연의 경관인 초록색이 적절한 비율로 배합이 돼 있는 것 같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푸른 강도 건축학적으로 볼 때 미적 요소라고 생각된다.
위 사진으로 볼 때 도시 전체적 경관뿐 아닌, 건물 하나하나의 건축 양식도 예술가들이 사랑할만한 아름다운 양식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간판 하나하나가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유한 느낌을 주는 그런 거리 말이다.
우리는 매일 눈을 뜨고, 일어나고, 먹고, 걷고, 이야기하고, 일하고, 쉬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매 순간 결정하는 각각의 행위들은 하나의 이벤트가 되어서 그 사람의 삶 혹은 세상을 결정한다. ‘어느 길을 걸어갈 것이고, 친구를 만날 때 어떤 카페에 들어갈 것인가’와 같은 의사 결정이 모여서 기억 속에서 그 사람의 ‘그날의 세상’이 구성되는 것이다.
유현준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中
잘츠부르크에서 사는 도시민들은 매일 눈을 뜨고, 일어나고, 먹고, 걸을 때마다 저 거리를 걷겠구나-.
집 앞 현관문을 나갈 때마다 아름다운 건축 양식을 감상하면서, 강 옆을 걷고 지나며 살겠구나- 하는 생각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저 도시에 태어나 어느 광경을 바라보며 그의 예술적 영감을 받았을까-하는 생각과.
저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예술인들은 잘츠부르크의 어떤 광경을 가장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들이
호기심과 의문이 되어 자극한다.
눈을 뜰 때마다 다양한 색상으로 어우러진 거리들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거리. 다양한 사람들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들, 현대적인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너무 옛날스럽지 않은 적당한 시대적 느낌.
왜 잘츠부르크를 [예술가들이 사랑한 도시]라 명명했는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