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여행자의 미술관」│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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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여행자의 미술관」
여행자는 누가 알아주건 몰라주건 지구라는 별에 자기의 여정을 그린다
박준 「여행자의 미술관」 중에서
여행작가 박준의 표현을 빌리면, 여행자는 발로 여정을 그리는 화가다. 동그란 지구를 반으로 휙- 가르는 그림, 문어발처럼 쩍쩍 갈라진 여러 개의 다리가 있는 그림. 이 세상 많은 여행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선을 긋는다. 누군가 정해놓은 국경이라는 경계를 훌쩍 넘어 온전히 자기자신이 되어 그려내는 여정.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선에서 만난 풍경을 또 다른 사람들의 여정을 위해 기꺼이 세상에 내놓는 사람들- 바로 여행자다.
「여행자의 미술관」은 여행작가 박준이 방문한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 관한 이야기. 뉴욕, 런던, 파리, 예루살렘 등 수많은 도시에 있는 미술관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득 안고 모여있다. 그러니 이 책은 여행자 박준이 세계 미술관을 통해 그려낸 선들을 모아 하나의 책으로 묶은 것. 그 자체로 이미 박준의 여정이 소묘하고 채색한 그림들의 화랑이다.
될 수 있으면 많이 감탄해라! 많은 사람들은 충분히 감탄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에서
예술가 반 고흐의 표현을 빌리자면, 화가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풍경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별 것 아닌 풍경을 사랑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지나가는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예술가의 눈에는 모든 것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자신이 사랑으로 지켜 봤던 풍경을 사람들에게 소개한다. 모든 감정과 노력을 담아 캔버스에, 오선지에, 필름에, 그 외에 다양한 표현방식을 빌어 세상에 내 놓는다. 때로는 숨기고 싶은 나약함과 어두운 내면을 공개해야 하는 수치를 감내하는 일. 그러나 이로써 예술은 인간을 닮고 품는다.
예술가와 여행자는 여기에서 만난다. 같은 풍경에서 더 아름다운 빛을 발견하고,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일에 모든 노력을 바친다. 두 개의 시선은 어쩌면 닮아있다 못해 같은 것일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자의 미술관」은 서로 닮은 두 개의 세계가 만나는 가장 노골적인 장면이 담겨있는 책이다.
시선이 닮았다고 서로 무척 잘 안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박준은 미술 전문가도 아니고, 미술관 디렉터도 아니다. 그저 미술관이 궁금한 여행자일 뿐이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술관을 즐긴다. 이론에 바삭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아니, 오히려 몰라서 더 재밌는 여행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박준은 이 책에서 전문적인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커피 한잔 마시며 감상한 그림을 묘사하고, 그림 속을 여행하는 상상을 나눈다. 여행자는 결국 미술관도 여행하듯 즐긴다.
딱 이 정도의 감상. 미술관이라 하면 덜컥 겁부터 집어먹는 사람들도 쉽게 미술관을 만날 용기가 생기게 하는 정도의 감상이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박준의 미술관 탐방기는 어쩌면 모든 예술가들이 원하는 정도의 감상이다. 결국에 예술은 사람이 사는 세계의 풍경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다시 사람들의 곁으로 돌아가 비로소 완성된다. 박준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딱 이 정도의 감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기꺼이 이 책은 당신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여행과 예술을 향한 본능적 갈망을 건드릴 예정이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박준이 건네는 미술관 몇 개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 것이면 충분하다.
글│아트래블편집부
사진제공│어바웃어북
여행의 영감을 위한 책 AR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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