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行 여행인문학
치앙마이行 여행인문학
아주 먼 옛날, 그러니까 부처가 베산타라(VESSANTARA) 왕자로 태어났던 시절의 이야기다. 베산타라는 사랑하는 아내 마디(MADDI)와 두 명의 아이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신들의 왕인 인드라(INDRA)도 이 가족을 아껴주었는데, 이 가족이 전설의 숲 히마판(HIMAPHAN) 근처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기도 했다. 히마판 숲은 여러가지 신비를 지닌 곳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헐밋(HERMIT) 혹은 요기(YOJI)라고 불렸는데, 고도의 수행으로 일반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히마판에서 수행하는 헐밋과 요기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그들은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었으나, 한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성욕. 오랜 세월 수행했지만 이들은 성욕을 억제하는 것을 아주 어려워했다.
베산타라의 아내 마디가 숲 속에서 과일을 따거나 명상을 하는 일을 좋아했는데, 베산타라는 마디가 숲으로 들어갈 때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숲 속의 수행자들이 성욕을 참지 못하고 마디에게 해코지를 할까 노심초사했던 것이다. 결국, 베산타라는 신들의 왕 인드라를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평소 베산타라를 끔찍하게 아끼던 인다라는 그를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인다라는 베산타라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히마판 숲에 열 두 그루의 나무를 심어주기로 했다. 나무의 이름은 나리폰(NARIPHON). 이 나무는 마디가 숲을 찾아올 때마다 그녀와 똑같이 생긴 열매를 맺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나무에서 난 열매는 열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아이의 신체에, 표면은 피부와 같이 부드러우며, 사람과 꼭 닮은 모습이지만 뼈가 없었기 때문에 매우 유연했다고 한다. 또 오똑한 코는 옆에서 바라보면 낫을 연상시킬 정도였고, 커다란 눈은 사파이어처럼 푸르게 빛났지만, 정면으로 바라보면 그 안의 홍채는 황금빛으로 빛나 금발의 머리카락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다고 한다. 아름다운 열매로 욕정에 사로잡힌 수행자들이 마디에겐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 것.
그 이후, 숲 속의 수행자들은 나리폰 열매와 사랑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이 열매를 사랑한 대가는 생각보다 더 큰 것이었다. 그런 수행자는 무려4개월간 잠에 빠져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난 뒤에는 자신이 수행을 통해 터득한 능력과 아이를 생산하는 능력을 잃었다고 한다. 인다라가 함부로 나리폰 열매를 탐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사람들은 이 전설의 열매를 나리폰 요정이라 불렀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약 50여년전, 태국의 한 스님이 사찰근처를 산책하다가 처음 보는 꽃을 발견하고는 신기해 이리저리 살피다가 이상한 물체를 하나 발견했다. 손바닥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에, 사람과 같은 얼굴에 꽃모양의 두개골을 가진 생명체의 시체였다. 당시, 서양의 과학자들은 이 물체의 유전에 사람 유전자 반, 꽃 유전자 반이 섞여있다고 발표했다(그 이후, 연구에 따르면 6개월된 태아의 시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태국 사람들은 나리폰 요정의 시신을 모셔놓은 사원에 찾아가 소원을 빌곤 한다. 이 전설의 진위여부를 떠나, 나무와 꽃에 깃든 아름다운 정령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함부로 꽃을 꺾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마음. 진짜 나리폰 요정의 마법은 그것인지 모른다.
글│아트래블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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